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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category 추천도서 2018. 7. 25. 23:46
알랭 드 보통 장편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폭염이 계속되는 찜통같은 여름!
책 한권을 읽는 데 무려 일주일나 걸렸다.
힘겹게 읽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여느 부부의 삶을 현실 그대로 옮겨놓은 소설 같은 에세이다.

두 주인공 라비와 커스틴의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 호감을 갖고 사랑을 하여 결혼에 이르게 된다.

언제까지나 낭만적 사랑을 할 것 같던 둘은 현실에 직면하면서 그 사랑에 위기가 찾아오고 흔들리게 된다.

"한때 그가 낭만이라고 보았던 것 ㅡ무언의 직관, 순간의 갈망, 영혼의 짝에 대한 믿음ㅡ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를 배워가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을 유발했던 신비한 열정으로부터 눈을 돌릴 때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음을, 유효한 관계를 위해서는 그 관계에 처음 빠져들게 한 감정들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이제 그는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사실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다른 환경에서 몇 십년을 각자 살아 온 두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과정에서 낭만주의에서 어느새 현실주의로 변모해 나간다.

"그러나연히, 그는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그와 커스틴은 결혼을 하고, 난관을 겪고, 돈 때문에 자주 걱정하고, 딸과 아들을 차례로 낳고, 한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가끔은 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몇 번은 자기 자신을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진짜 러브스토리이다."

결혼은 현실이다. 일에 지치고 육아에 지치고 돈에 지치면서 연애할 때의 감정은 점점 사라지고, 메말라가면서 서로를 이해하기보다는 등을 돌려버리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어릴 때 상처를 갖고 있는 두 주인공 라비와 커스틴!

12살에 친엄마를 여의고 새엄마 밑에서 자란 라비는 불안정 애착 유형으로 사소한 모욕, 경솔한 말, 부주의를 파탄의 전조라도 되는 양 불길하고 강력한 위협으로 느낀다. 라비는 자기보다 상급자였던 커스틴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과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아버지가 말도 없이 어느순간 자신과 엄마를 두고 떠나 마음의 상처가 깊은 커스틴은 솔직하고 능력있지만 회피 애착 유형으로 정서적 필요가 충족되지 않으면 갈등을 피하고 상대방에게 노출을 줄이려는 강한 욕구를 느끼며, 그 결과 상대에게는 무정하고 무심하다는 오해를 쉽게 불러일으킨다.

어렸을 때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된 두 남녀가 만나 그 상처를 외면한 채 서로의 상처를 모르니 이해할 수도 진심으로 위로해 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은 없어지고 오해는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다.

결혼하기 전에는 그 상처가 보이더라도 안스럽고 내 사랑으로 치유해 줄 수 있으리라는 자만심과 서로의 단점은 보이지 않는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 사랑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결혼 후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방의 단점과 결핍들이 서로의 눈에 보이고, 더욱 그 존재가 두드러지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그 위기를 두 사람이 극복할 수 없을 때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고 도움을 받아야한다.

그들만의 부부문제를 누군가에게 말하고 상담 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만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라비와 커스틴이 페어베언 치료사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한발 물러나게 된 것처럼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는 게 뭘까?

라비는 자신이 미쳤음을 자각했을 때, 커스틴이 까다로운 게 아님을 인정했을 때, 사랑을 받기보다 베풀 준비가 되었을 때, 항상 섹스는 사랑과 불편하게 동거하리라는 것을 이해했을 때, 이제 행복하게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차분하게 가르침을 줄 수 있을 때, 그들이 서로 잘 맞지 않는다고 가슴 깊이 인식했을 때, 그리고 대부분의 러브스토리에 신물이 났고, 영화나 소설에 묘사된 사랑이 그가 삶의 경험을 통해 알게된랑과는 거의 일치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을 때 결혼할 준비가 되었고 말한다.

16년의 결혼생활을 하면서 깨닫게 된 이 같은 진리는 안 해보고는 도저히 깨달을 수 없는 것들이다.
책으로 알게 되어 미리 머릿속에 마음속에 새겨 결혼을 한다해도 수많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그 속에서 갈등, 미움, 다툼, 배신, 불안, 권태, 질투라는 악이 도사리고 있어 마냥 행복하고 평온한 결혼생활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서로 부딪히면서 다투기도 하면서 서로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한발 물러서서 서로 바라보고 화해도 하면서 살아가야 서로의 신뢰와 사랑도 커진다고 믿는다.

한번 경험했다고 다음에 할 때는 완벽하게 하리라는 법은 없다.

서로 다르게 살아 온 두 사람이 만났으니 그 사이의 틈을 좁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투자와 이해와 배려가 있어야겠는가?

무엇이든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하다.

이 책은 결혼을 한 사람, 미혼인 사람 누구든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결혼을 한 사람이면 공감이 가고 결혼생활에 지쳐있는 이에게는 위로와 위안을 주면서 희망까지 주는 책이어서 좋고, 미혼인 사람에게는 막연하게 꿈 같은 낭만적 결혼 생활만을 꿈꾼 이들에게 좀 더 현실 속에서의 결혼생활을 알게 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 같아서 추천해 주고 싶다.
그렇다고 미리 겁 먹을 필요는 없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잠재되어 있다면 언제고 다시 마주볼 수 있는 부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