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도서] 돌이킬 수 없는 약속

category 추천도서 2018. 10. 19. 07:00

돌이킬 수 없는 약속 / 야쿠마루 가쿠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집어들었다.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작가의 작품은 많이 읽었는데 '야쿠마루 가쿠'의 작품은 처음이다.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의 절대강자!라고 하는데 너무 기대된다.

이 작품에서 특이한 점은 목차가 없다는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에필로그 없이 바로 본문 시작과 이야기 끝이 끝인 책이라는 것이 새로웠다.

목차가 없으니 미리 어떤 내용일지 나름대로 추리해 볼 수 없어서 더 조급하고 기대에 차서 쉼 없이 읽어 내려갔다.

15년 전에 한 어떤 약속으로 인해 벌어지는 미스터리 사건 속으로 지금부터 들어가보자~

도쿄의 가와고에라는 지역에 가와고에 역에서 멀지 않은 뒷골목에 레스토랑 겸 바인 'HEATH(히스)'라는 가게에서 공동 오너로 일하고 있는 무카이는 아내 가오루와 딸 호도카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평범한 가장이다.

하루하루를 지극히 평범하고 아내와 딸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무카이는 가게 우편함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하게 된다.

주소 없이 <사카모토 노부코>라고만 쓰여진 편지에는
[그들은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
그것만 적혀 다.

그 편지 한통으로 무카이는 15년 전 과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는 태어날 때부터 얼굴의 절반 이상이 멍으로 뒤덮혀 있었다. 그 탓에 부모에게 버려져 아기 때부터 보육시설에서 생활하게 된다.

얼굴로 인해 보육시설에서도 학교에서도 <괴물>이라는 별명이 붙여졌고, 어디를 가든 불편한 시선들과 괴롭힘을 당하고 조롱 당하고 소외된다.

그런 그의 마음을 유일하게 위로해 준 것이 폭력이다. 그 폭력이 를 지켜주고 의 존재를 알게 해 주는 수단이 되자, 는 절도죄와 상해죄를 반복하면서 소년원을 드나들게 된다.

편지를 보낸 노부코와 만나기 1년 전 교도소에서 만난 마카베와 그의 무리들과  건설현장에서 구리나 철사를 훔치거나 차량털이로 생활하다가 언젠가 얼굴 성형할 생각에 더 큰 돈을 벌고자 야쿠자가 이끄는 사기 도박판에 걸려 큰 빚을 지게 되고, 돈을 갚으라는 협박에 몰래 가지고 다녔던 칼로 세 남자를 찌르고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된다.

그러던 중 노파 노부코와 만나게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하게 된다.

노부코는 결혼하고 3년 뒤 남편을 교통사고로게 되고, 딸 유키코와 둘이서 생활해 오다가, 유키코가 17살 때 하굣길에서 두 남자에게 납치되어 성폭행과 유린을 당하고 끝내 목 졸라 죽은 뒤 사체는 절단해 슈트케이스에 넣어 인기척이 없는 잡목림에 유기된다.

범인이 잡혔지만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노부코의 분노는 이루 말 할 수 없고, 그들이 나오면 자신이 죽이겠다는 마음을 먹지만, 그녀는 자궁암 말기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아 복수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런 그녀와 야쿠자에게 쫒기는 그가 만나게 된 것이다.

그들에게 잡히면 살해를 당하게 되는 그와 3개월 시한부로 딸을 죽인 범인에게 복수를 할 수 없게 된 그녀.

그녀 대신 그 두 범인을 죽이면 성형을 하고 새 호적을 만들고 완전히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돈을 주겠다는 그녀.

그는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그녀 대신 복수를 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그 약속으로 다카토 후미야가 아닌 무카이로 그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무카이로 살면서 15년 전의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아 온 그가 그 한 통의 편지로 인해 그 동안 죄를 지은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그 죄값을 톡톡히 치르게 된다.

자신이 지은 죄를 자신이 받게 된다면 기꺼이 받겠지만 자신의 죄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 누군가가 다치게 된다면...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다.

[최근 일주일 동안 당신을 지켜봤습니다만, 정말로 약속을 지킬 생각이 있기나 한 건가요? 지금 당신이 행복한 것은 나와 그 약속을 한 덕분 아닙니까? 만약 당신이 이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당신 주변에도 나와 똑같은 재앙이 덮칠지도 모릅니다.]

무카이와 약속한 노부코는 지금 살아있지 않다. 그 때 이미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으니깐...그렇다면 지금 협박의 편지를 보내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를 항상 지켜보고 있는 놈?, 딸 호도카의 안정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놈?을 찾아야 하는 무카이와 15년 전에 한 복수의 약속을 이행시키려는 놈?과의 숨막히는 사투~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알 수 없었던 놈?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하나하나 짜 맞쳐가는 퍼즐처럼 너무 흥미진진하고 오랜만에 푹 빠져들었다.

죄 짓고는 편히 못 산다는 그 말, 언젠가는 죄값을 치르게 되지 않나?

한번 죄를 지으면 평생 용서 받지 못하는 것일까?
과거에 죄를 지은 사람은 행복하게 살 권리도 가지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 사회가, 현실이 과거의 죄가쇄가 되어 열심히 살려는,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을 다시 죄를 짓게하는 구렁텅이 속으로 밀어놓고 있지는 않나?

그리고 나와 다른, 우리와 좀 다른 얼굴이나 신체적 불편함을 가진 이들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로인해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이 아닌 남이 다니지 않는 길, 무서운 길로 갈 수 밖에 없는 그들, 우리가 사회가 좀 더 신경쓰고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닌 사회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재미와 동시에 사회 문제 인식을 하게 하여 우리 사회 현실에 대하여 생각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 계기가 되어 의미있는 책이었다.

야쿠마루 가쿠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