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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보통의 존재

category 추천도서 2019. 1. 11. 07:00
보통의 존재 / 이석원 산문집

반짝 추위가 또 찾아왔네요.
방학이라 하루종일 애들이랑 부대끼며, 때를 챙겨줘야하니 하루가 너무 피곤하네요.(ㅎㅎ)
아직 개학날은 멀었는데 벌써 지치니 큰일입니다. 추우니 밖에 나가서 놀라고도 못하고...견뎌내야죠!ㅋ
오늘도 아무일 없이 아이들과 잘 지내보자구요~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이라는 산문집을 읽고, 또 다른 이석원 저자의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검색을 하다가 눈에 띈 <보통의 존재>

지금부터 10년 전에 출간된 책이더군요.
앞서 읽은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보다 이석원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이, 더 솔직하고 담담하게 마치 자서전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결혼, 이혼, 정신병원에 들어갔던 얘기, 가족들의 얘기, 어린 시절 성북동에서의 추억, 사랑과 친구와 인생에 관한 얘기, 자신의 몸 상태와 가수로서 공연을 준비하는 얘기, 컴퓨터를 사는 방법 등...

사랑과 추억, 상처와 상념들을 담담하게 얘기하는 저자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받는 나는 발견하고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내 얘기도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보통의 존재>
'보통'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정도. 평범함. 흔히 있는

이란 사전적 의미를 지닌 단어 '보통'

행복 중의 으뜸은 평범한 행복

특별하고 뛰어난 존재이고 싶고,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 평범한 삶이 아닌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갖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렵다고 하잖아요.

저자의 삶도 평범하고 일반적인 보통하고는 거리가 멀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들이 정신병력을 지니고 있고, 이혼도(물론 요즘은 많은지라), 나이 마흔에 고기도, 그 좋아하는 빵도 고춧가루를 묻힌 김치도 먹지 못하는 그는 평범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오늘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가족 중에 암에 걸린 사람이 없는 것, 빚쟁이들의 빚 독촉 받을 일이 없는 것, 먹고 싶은 라면을 지금 내 손으로여먹을 수 있다는 하찮은 것들뿐이라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저자의 삶을 보면서 '그래, 난 그래도 먹고 싶은 거 맘껏 먹을 수 있잖아. 삶에서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다들 공감할 것 같아요.(내 능력에 비해 너무 비싸지만 않는다면) 지금 당장 감당 못 할만큼 나쁜 일도, 슬픈 일도 없잖아. 그거면 된거지.' 하며 안도하며 위로받으며 또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

이석원 저자의 글 앞에서 보통의 존재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일상을 살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해 줍니다.

삶에 너무 의미부여하지 말고 너무 환상과 과장된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은 보통의 존재로 평범한 하루를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있는 사람들인거죠.

그래서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위로받으며, 서로를 믿고 자신의 속내를 얘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보통의 존재>에서 '' 이라는 소재로 이야기한 부분이 있는데요.

<무릎팍도사>프로그램 아시죠. 강호동이 진행했던, 매 주 유명 인사 한 분이 나와서 토크하는 프로였는데요. 하루는 영화배우 황정민이 초대손님으로 나와서 자신의 얘기를 들려줘요.

황정민은 어렸을 때부터 연기에 대한 열정이 너무 강해 어린 나이에 직접 극단을 차릴 정도였다고 하네요. 그러자 강호동이 대단하다고 치하하자 황정민이 별것 아니라는 듯이 누구나 하고 싶은 건 있는 법이니까. 라고 대답하자 강호동이 "그럼, 하고 싶은 게 없는 사람은 어떡하지요?"라고 묻습니다.

황정민은 그렇지 않다고 누구나 하고 싶은 게 있는 법이라고 하죠. 그러자 강호동은 자신은 어렸을 때 하고 싶은 게 없었다고. 다만 부모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을 뿐이라고 하죠.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지금 한창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복수가 돌아왔다'라는 드라마가 생각이 나더라구요.

복수(유승호)는 고등학교 때 불미스러운 일로 퇴학을 당했다가 10년 후 어떤 계기로 다시 학교로 돌아와 학교생활을 하는데요.

어느날, '진로탐색특강' 시간에 학교 이사장(곽동연)이 강사로 들어와 공부 못하는 학생은 굳이 학교 안에 갇혀있지 말고 자신이 잘 하는 일을 찾아 밖으로 나가라는 말을 하자, 복수가 멋있게 일어나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하죠.

"이 세상에는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고, 좋아하는 것도 뭔지 모르겠고, 딱히 꿈도 없는 평범한 학생들이 아주 많을걸요. 졸업하면 어차피 차가운 현실과 맞딱뜨려야 하는데 학교 다닐 때 편하게 다니면 안 되냐구요.
누군가에게는 이 학교가 울타리이고 보호막인데 왜 자꾸 나가라고 하는지..."

정말 가슴에 와 닿는 말이지 않아요.

어른들은 아이들보고 그냥 무심히 "넌 꿈이 뭐야?", "뭘 잘해?" 라고 묻잖아요.

꿈이 있는 아이가 있는 반면 없는 아이도 있는건데 "없어요. 몰라요." 라고 대답하면 "왜 없어. 꿈을 가져야지."라고 하잖아요. 그러는 우리는 어릴 때 꿈이 있었나요?

물론 있었던 사람, 그 꿈을 이룬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꼭 꿈을 갖고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꿈대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없다가도 생길 수 있고, 있다가도 없어지거나 바뀔 수도 있는 게 꿈 아닐까요?

살면서 내가 정말 잘 하는 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으면 대박인거죠.(ㅎㅎ)

특별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는 일상 속에서 내가 하는 일에 때론 즐거움, 때론 만족감, 때론 뿌듯함을 느끼면서 그렇게 내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것 그것 또한 잘 살고 있는 것 아닐까요?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 산문집은 어쩌면 숨기고 싶은 비밀을, 자신만의 서랍에 꼭꼭 넣어두어야 할 것 같은 일기를 독자들에게 거짓없이 보여주면서 독자들과 소통과 공감과 위로를 준 책입니다.

궁금하세요?

내 머릿속이 궁금하세요?
그럼 당신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세요.
똑같으니까.

나는 오늘도 느리게 달린다

도로에서 가장 느리게 달리는 차는 항상 나다.
그래서 내 뒤에 오는 차들은 거의 어김없이
클랙슨을 누르며 답답해하다가 쌩, 하고 추월을 하곤 한다.

'너네는 좋겠다. 그렇게 급한 일, 중요한 일, 가치 있는 일이 있어서, 그렇게 미친 듯이 가야 할 곳이 있어서.'

오늘도 나는 가장 느리게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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