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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손도끼

category 추천도서 2020. 4. 8. 06:00

손도끼 / 게리 폴슨 지음 | 김민석 옮김

(스포일러 있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하루 아니 한 시간도 못 살 것 같은 공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가 되면 어쨌든 생존하기 위하여 그 환경에 맞춰 살아갈 방도를 찾고, 그 곳에서도 더 나은 생활을 하기 위해 무언가를 찾고 만들어간다. 그러면서 그곳에서의 생활이 몸에 배고 익숙해짐을 느낀다. 방송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을 보면서 원시시대처럼 나무나 돌을 이용하여 불을 만들고, 나무를 깎아 작살을 만들어 물고기를 잡고 나무열매를 찾아 숲을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서 정말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생존본능과 적응력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읽은 <손도끼>는 13살 어린 소년이 무인도와 같은 고립 무원의 삼림 속에서 54일동안 홀로 생존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3살 브라이언은 부모의 이혼으로 방학을 맞아 '방문권'에 따라 아빠를 만나러 아빠가 일하고 있는 캐나다 북부 유전으로 떠난다. 생전 처음 타보는 단발 비행기. 조종사는 브라이언을 부조종석에 앉게 하고 심지어 조종도 해보게 한다. 처음 해보는 조종에 잠시 즐거웠지만 다시 부모의 이혼에 대한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조종사는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쓰러지고, 브라이언은 엔진 소리만 요란한 비행기에 홀로 남겨진다.


브라이언은 혼자였다. 조종사는 심장마비로 쓰러졌고, 엔진 소리만 요란한 비행기에 남은 사람은 브라이언뿐이었다.


넋놓고 마냥 있을 수는 없다.
연료가 떨어지기 전에 착륙해야하는 브라이언은 잠깐 배운 조종과 책에서 읽었던 정보를 총동원하여 조종을 하기 시작한다.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 조종간을 잡아당겼다. 비행기는 소나무에 부딪히며 L자 모양에 모서리가 둥근 호수로 곤두박질쳤다. 호숫물이 브라이언을 한 입에 삼켜 버릴 듯 무서운 기세로 밀려들었다. 브라이언은 산산조각이 난 앞 유리창으로 몸을 빼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쉬지 않고 손과 발을 움직였다. 가슴이 땅에 닿고 얼굴에 거친 풀잎이 스치는 걸 느끼고 나서야 헤엄치는 걸 멈췄다.


욱신거리는 머릿속에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빛깔들이 폭발하듯 흩어졌다. 빛깔들의 폭발에서 튀어나온 브라이언은 소용돌이치며 세상으로 빠져 나왔다.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캐나다 북부 삼림 지대에 불시착하여 홀로 남겨진 브라이언. 국어 선생님이 늘 하시던 말씀 '문제가 생기면 긍정적으로 대처하고 문제에 끌려다니지 말고 능동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말씀을 되뇌이며, 이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이 유일하게 갖고 있는 무기이자 가장 소중한 물건인 손도끼와 함께.


'동기 부여를 해야지. 내 자신이야말로 지금 내가 가진 전부야. 뭔가를 해야만 돼.'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남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13살 어린 소년 브라이언. 불을 피우기까지의 고난과 며칠을 걸쳐 작살을 만들고 그 작살로 물고기를 잡을때까지의 수많은 실패, 나무 열매를 따다가 곰과 만나는 아찔한 순간도, 큰사슴의 습격을 받아 다치고, 회오리바람으로 자신이 어렵게 지은 은신처가 엉망진창이 되는 일을 겪으면서 브라이언은 어리고 나약한 소년에서 강인한 사나이가 되어간다.


예전의 브라이언이 아니었다. 이제 브라이언은 꼿꼿이 서서 늑대들을 쳐다보고, 늑대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줄 정도로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브라이언은 새사람으로 태어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 안에 있던 생존가방을 손에 넣게 된 브라이언. 침낭에서부터 취사도구, 쉽게 불을 피울 수 있는 성냥, 라이터, 구급 약품 세트, 낚시 도구, 방수 봉지에 포장된 여러 종류의 음식, 심지어 라이플 총까지.
어렵게 불을 피우던 그 불을 라이터 한번으로 아주 쉽게 피울 수 있고, 화살과 작살로 몇날에 걸쳐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을 낚시도구와 총으로 손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험한 동물로부터 보호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자신이 생활해 온 것이 떠오르면서 뭔지 모를 묘한 느낌이 든다.


'뒤죽박죽이야.'


브라이언은 그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먹으며 불시착 이후 최고의 만찬을 즐기려는데 등성이 뒤쪽에서 플롯이 달린 변경 운항 비행기가 나타난다. 고장난 비상 송신기인줄 알았던 것이 작동되었던 것이다. 브라이언은 무인도 생존 54일만에 드디어 구조된다.


"맙소사, 네가 걔지? 한달 전, 아니 거의 두 달 전에 실종됐던... 네가 바로 그 아이지...?"


"난 브라이언 로브슨이에요."
그 때 쇠고기 정식과 복숭아 휘프가 끓는 게 보였다. 브라이언이 손으로 음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좀 드실래요?"


브라이언은 구조되고 한동안 언론에서 큰 관심을 보였지만 얼마가지 않아 잠잠해진다. 브라이언 부모도 놀라움과 기쁨에 휩싸여 진짜로 다시 부부가 된 것 같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모든 것은 브라이언이 비행기를 타기 전 상황의 모습 그대로이다.


변한 건 브라이언뿐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신중하게 살펴보고 나서 반응하는 능력을 얻게 되었고, 사려깊고 말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또한 모든 음식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살면서 정말 있을 수 없는 일,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 내 앞에 닥친다면 어떨까? 책 속의 주인공 브라이언처럼 할 수 있을까? '못할 것 같지만 닥치면 할 수 있어.'라는 말이 있듯 정말 닥치면 할 수 있을까? 감히 '할 수 있다.'라는 말을 할 수 없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하루하루가 전장처럼 누군가를 이겨야 내가 올라갈 수 있고, 피터지게 노력하고 고민하고 열심히 해야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해도 그래도 수많은 사람과 문명에 둘러싸여 있는 사회 속이라 공포와 막막함이 혼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위험한 동물들과 정체모를 생물체 속에서 자급자족하며 하루하루를 견뎌내야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것이다. 적어도 사람들 속에 있다는 안정감이 무엇보다 클 것이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과 시련이 무인도에 홀로 남겨져 생존해야하는 것보다는 나으리라는 것을 위안 삼고 오늘도 별일없이 무탈하게 보냄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을 해본다.


또한, <손도끼>라는 책을 읽으면서 브라이언이 불시착 후 54일간 생존하는 장면들을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무인도 생존에 필요한 여러가지 방법을 알게되는 재미와 위험에 닥쳤을 때의 두려움, 공포로 오싹함도 느끼고, 혼자뿐인 고독, 외로움도 느꼈다. 한번쯤 나에게 정말 큰 어려움이 닥친다면 어떻게 할까? 어떤 방법으로 그 위기를 극복하고 어떤 마음으로 잘 견뎌낼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보자는 것이다. 살면서 위기, 고난은 소리소문없이 다가오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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