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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category 추천도서 2020. 4. 13. 06:00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이도우 장편소설

아파트 베란다로 내려다보니 여기저기 곱게 물든 단풍나무에 괜히 마음이 설렌다. 예쁜 단풍잎을 책갈피에 끼우던 학창시절 생각도 나고, 낙엽 길을 걸으며 듣던 노래도 생각나는 가을 아침이다. 옛 추억에 잠기게 하는 이런 날에 읽으면 더없이 좋을 책 한 권, 이도우 장편소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다.

"​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


13주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이는 이도우의 장편소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가슴을 저릿하게 만드는 로맨스 소설이다. 책 읽는 내내 때론 설레고 때론 아프고 때론 안타깝고...여러 감정들이 교차하면서 책과 하나가 된 듯 읽어 내려갔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공진솔은 9년차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이다. 가을 개편을 맞아 지금 맡고 있는 전통가요 프로그램 [노래 실은 꽃마차]의 담당 피디가 바뀐다는 것에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더구나 새로 올 이건 피디가 시인이라는 말을 듣고 괜히 자신의 글에 트집을 잡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첫 미팅에 기죽지 않으려 베테랑인척 애쓰지만 쉽지가 않고, 우연히 펼쳐진 자신의 다이어리에 쓰여진 올해의 목표 '연연하지 말자'라는 글귀를 이건 피디는 큰소리를 내며 읽기까지 한다. 기분이 언잖은 진솔과는 달리 이건은 학생처럼 올해의 목표를 써 둔 그녀가 궁금해진다.


한편, 진솔은 건의 시집을 사서 읽고 풍랑을 만난 듯 마음이 어지럽다. 그 후 진솔은 괜히 건이를 의식하게 되고 신경이 쓰인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자기만의 결계를 치고 살아 온 진솔은 용기를 내어 건에게 사랑 고백을 한다. 하지만 그 고백에 답이 없자 진솔은 자신의 마음이 다칠까 두려워 없던 일로 하고 다시 자신만의 결계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사랑은 참 어렵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고 알아주고 보듬어주기까지의 과정 속에 얼마나 많은 고통과 희생과 아픔이 있을까. (하지만 그것을 감내하면서까지 우리는 사랑을 하고 또 하게된다. 사랑은 그만큼 좋은거니깐. 나도 모르는 사이 사랑이 오니깐) 몇 십년동안 다른 환경에서 살아 온 남녀가 만나 서로의 성격과 습관, 취향을 알아가며 서로가 서로에게 양보하고 져주면서 맞춰가는 그 과정이 배려와 희생과 사랑 없이는 안 될 일이다. 나에 맞춰 상대방을 고치고, 바꾸려고 하지말고, 있는 그대로 상대방의 단점은 단점대로, 장점은 장점대로 봐주고 상대에게 없는 것은 채워주고 넘치는 것은 덜어주면서 나란히 걸어가는 그런 사랑. 정말 어렵고 어려운 것이 사랑이다. 어렵고도 힘든 게 사랑이지만 우리는 그 사랑에 하루하루가 설레고 삶의 의미가 있으니 또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이나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나 결혼을 해서 이젠 사랑이기보다는 정으로 사는 사람이든 여전히 사랑이 좋다는 것은 진실이다. 메말라있는 사람보다는 감정의 골이 흐르고 있는 사람이고 싶다.


"사람이 말이다...제 나이 서른을 넘으면, 고쳐서 쓸 수가 없는 것이다 고쳐디지 않아요."
"보태서 써야 한다. 내래, 저 사람을 보태서 쓴다...이렇게 생각하라우. 저눔이 못 갖고 있는 부분을 내래 보태줘서리 쓴다...이렇게 말이디."


이도우의 장편소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30대 초중반. 적당히 쓸쓸하고 마음 한 자락 조용히 접어버린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천천히, 조금 느리게 그린 작품이다. 인물마다 약점과 단점도 많았지만,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 속에서 그들의 감정이 흘러가는 길을 크게 상관 안 하고 따라가보면서, 흔해빠진 것이 사랑이고, 어쩔 땐 그 사랑이 참 부질없어서 환멸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사랑해보기로 한 것'이 사서함에서 그리고 싶었던 사랑법이다.(작가의 말 중에서)

"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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