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도서] 잠옷을 입으렴

category 추천도서 2020. 4. 15. 06:00

잠옷을 입으렴 / 이도우 장편소설


이도우 작가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가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너무 재미있게 본 책이었는데...북현리 작은 시골마을에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은섭과 서울생활에 지친 해원이가 이모가 있는 북현리로 내려오면서 은섭과 해원이가 다시 만나고, 둘의 잔잔한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책과 또다른 매력을 보여줄 드라마가 기대된다.


이번에 읽은 이도우의 장편소설 <잠옷을 입으렴>은 남녀간의 사랑이야기가 아닌 이종사촌 자매 수안과 둘녕의 성장과 유년의 추억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한밤중, 엄마가 아무 말 없이 집을 떠난 후, 열 한 살 둘녕은 모암마을 외가에 맡겨진다. 외가에는 외할머니와 교사인 이모내외, 읍내에서 사무원인 막내이모, 고등학생인 막내삼촌, 그리고 동갑내기인 이종사촌 수안이 살고 있다. 처음엔 모든게 낯설고 서먹했던 둘녕이지만, 수안이 마음을 열면서 둘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몸이 약하고 밤에 잠드는 걸 힘들어하는 수안은 둘녕에게 많이 의지하며 안정을 찾는다. 수안과 둘녕은 그들만의 놀이와 비밀들로 특별한 우정을 키우며 성장한다. 하지만, 늘 이모내외에게 폐를 끼친다는 생각에 가슴 한켠이 묵직한 둘녕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독립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혼자 살게 된다. 그 일로 둘의 관계에는 균열이 생기고 각자 자신의 길로 가게 되는데...


<잠옷을 입으렴>은 유년의 둘녕과 서른여덟살이 된 둘녕의 시점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는 어린시절의 기억이 별로 없다.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에 내가 그림을 그려 넣어 진짜 내 기억인양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곤 한다. 기억에 남을만한 추억이 별로 없어서인지 소설 속의 둘녕이처럼 유년시절을 기억하며 웃음짓고 안타까워하고 그리워하고, 슬퍼할 일이 없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고 한편으로는 못내 섭섭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사람의 유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생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지 새삼 깨닫는다. 각자 처한 상황과 가야할 길이 달랐던 수안과 둘녕. 끝내 함께할 수 없었던, 함께 있어주지 못했던 미안함이 둘녕에게 묵직한 돌이 되어 유년의 기억이 생생하게 생각나는 건 아닌지.


묵직한 돌을 들어내기 위해 둘녕은 유년의 기억을 들추어내면서 수안과 못다한 이야기를 말하고 고백하고 자신의 유년과 화해하고 용서함으로써 다시 자신이 있을 자리로 돌아가 편안해진 서른여덟살의 둘녕으로 수안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책속으로


수안이의 아편은, 그 아이는 그게 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두려웠습니다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함께할 수 있을지, 내가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가 올 것 같았습니다. 그때가 되면 수안이는 나를 놓지 않아도 내가 그 아이를 놓을 것 같았습니다. p70


누군가의 죽음과 사라져간 것들에 대해, 우리는 인내의 시간을 두고 품위 있게 슬프고 싶었다. 농밀하게 슬픔을 나누고 음미하고 싶었다. 그러나 잘되지 않았다. 진짜 슬픔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품위 있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다. p266


누군가 힘들 때 그걸 고쳐주는 일은 쉽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보며 기다려주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는 걸.p298


서로가 살갑지는 못했어도 한 번도 싫어한 적은 없었다고. 우리는 설명하는데 서툴렀고 모든 관계에 서툴렀다. 다정히 다가가 등을 껴안으며 그동안 내 마음은 이러했답니다 고백하기엔, 저마다 진심을 전하는 법을 잘 알지 못했다. p408


이대로 수안을 따라가면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이제 겨우 내 길을 찾은 것 같은데.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 것 같은데. p445


세월은 상처를 잊기엔 너무 느리고, 무심했던 이들의 근황을 따라하기엔 너무 빨랐다. p452

 

'추천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서] 모순  (0) 2020.04.22
[도서] 열네살의 인턴쉽  (0) 2020.04.20
[도서]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0) 2020.04.13
[도서] 구덩이  (0) 2020.04.10
[도서]손도끼  (0) 2020.04.08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