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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모순

category 추천도서 2020. 4. 22. 06:00

모순 / 양귀자 장편소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주인공 안진진의 엄마는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다. 부모도 몰라볼 정도로 닮아서 키우는 동안 애를 먹었다고 한다. 얼굴도 성격도 학교 성적까지 똑같았던, 두 사람이면서 한 사람인듯, 그랬던 엄마와 이모는 결혼과 동시에 비로소 두 사람으로 나뉘었다.

엄마는 술꾼에 성격파탄자인 가출을 밥먹듯 하며 가정은 나몰라라 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시장에서 양말을 팔며 생계를 꾸리고, 조직의 보스를 꿈꾸는 철없는 아들 뒷바라지까지 해야하는 억척스러운 아줌마로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살아간다. 반면 이모는 성실한 건축가 남편을 만나 자식들은 유학 보내고 부유하고 여유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모님이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는 이모이다.

하지만, 어느날 이모는 주인공 안진진에게 편지를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행복하게만 보였던 이모가 전쟁같은 삶을 살아가는 언니의 삶이 부러웠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한 것이다.

나는 늘 지루했어. 너희 엄마는 평생이 바빴지. 새벽부터 저녁까지 돈도 벌어야 하고, 무능한 남편과 싸움도 해야 하고, 말 안 듣고 내빼는 자식들 찾아다니며 두들겨 패기도 해야 했고, 언제나 바람이 씽씽 일도록 바쁘게 살아야 했지. 그런 언니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나도 그렇게 사는 것처럼 살고 싶었어. 무덤처럼 평온하게 말고.

결혼과 동시에 인생이 판이하게 달라진 일란성 쌍둥이. 행복하게 보이던 이모가 세상 근심 걱정은 다 짊어지고 있는 언니를 부러워했다니, 이것이 바로 모순이 아니고 뭐겠는가.

같은 듯 하면서 다른, 하나인 듯 둘인, 일란성 쌍둥이인 엄마와 이모의 인생에서 우리는 행복과 불행의 양면성을 볼 수 있다. 행복 이면에는 불행이 있고, 불행 이면에는 행복이 있다.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이다. 내가 너인듯 너가 나인듯.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 을 통해 행복과 불행은 따로 있는게 아니라, 생각하고 마음먹기에 따라 삶이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알려준 책이다. 물질적으로 풍부하다고해서 행복한 것도, 가난하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다. 마음 먹기에 달려 있음을...

기억에 남는 글귀..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아버지의 삶은 아버지의 것이고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것이다. 나는 한 번도 어머니에게 왜 이렇게 사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것은 아무리 어머니라 해도 예의에 벗어나는 질문임에 틀림없으니까.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 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 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세상은 네가 해석하는 것처럼 옳거나 나쁜 것만 있는 게 아냐. 옳으면서도 나쁘고, 나쁘면서도 옳은 것이 더 많은 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야.

인생은 짧다. 그러나 삶 속의 온갖 괴로움이 인생을 길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