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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불량 가족 레시피

category 추천도서 2020. 4. 29. 22:33

불량 가족 레시피 / 손현주 장편소설



여고생 여울이는 도덕 수행평가로 자서전을 써야 한다. 가족을 중심으로 써 보는 것도 좋을 거라는 도덕 선생님의 말씀에 여울이는 자신의 가족사를 쓴다는 것은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자서전에서 대상으로 뽑힌 사람한테는 장학금을 준다는 말에 솔깃하기도 한 여울이다. 지금 여울이는 코스튬플레이에서 그동안의 재탕한 캐릭터에서 벗어나 피오나 공주로 변신하려면 장학금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 절실함으로 여울이는 열어서는 안되는 판도라 상자를 열고 가족들 하나하나 되돌아본다.

여울이의 가족 중 제일 먼저, 팔순을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따발총 같은 잔소리는 절대 늙지 않은 할매, 이미 쉬어버린 밥처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 같은, 채권추심 하청 일을 사업으로 하고 있는 쉰넷의 아빠, 엄마가 다 다른 이복 남매들 중에서 먼저, 여울이보다 네 살 위인 전문대에 다니는 오빠는 다발경화증이라는 고질병 때문에 늘 기저귀를 차고 다니고 그다음, 나만 보면 신기하게도 거침없이 욕을 쏟아내는 저주받은 입을 가진 고3인 언니, 마지막으로 평생 주식만 하다 결국 뇌가 고장 나 버린 뇌경색 삼촌이 있다.

세상에 정말 이런 가족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콩가루 집안인 여울이의 가족은 '엄마'라는 말은 금기어이다. 엄마가 다른 세 남매는 엄마가 없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여울이의 엄마는 나이트클럽 댄서였다. 여울이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엄마를 상상 속으로 그려보며 그리워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울이의 유일한 낙이자 탈출구는 코스튬플레이이다.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다른이가 될 때 여울이는 자신감을 얻고 우울함도 떨칠 수 있고 엄마의 빈자리도 잠시 잊을 수 있다.

가출 아닌 출가를 꿈꾸며 살아가는 여울이, 그런데 자신이 꿈꾸는 출가를 다른 가족들이 먼저해 버린다. 아빠의 무임금 노동착취와 무관심에 지쳐버린 언니, 오빠, 삼촌이 차례로 집을 나가버린다. 아빠마저 불법을 저질러 경찰에 구속되고 만다. 어떨결에 자신이 집안을 책임져야할 막중한 임무를 지게 된 여울이다.

원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위태로운 가장이 된 여울이는 그렇게 벗어나고픈 가족들에게 그리움이라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수염을 하얗게 뒤덮여서야 나올 아빠를, 나만 보면 욕쟁이로 변하는 저주받은 입을 가진 언니를, 기저귀를 차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싱거운 웃음을 날리는 오빠를, 내게 가장 호의적인 뇌경색 삼촌을, 그리고 내 가슴속에서 붉은 드레스를 입고 우아한 춤을 추게 하는 엄마를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그것이 고통이라 해도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을 가져 보라고 한다.

 

<불량 가족 레시피>는 문제적 가정에 문제적 아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어쩌면 그 위기가 계기가 되어 한단계 더 성장한 자아로 희망적인 삶을 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위기에 처했을 때 비로소 인간은 진화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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