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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 쿠로노 신이치 지음 장은선 옮김

'질풍노도의 시기 사춘기' 누구나 한번은 겪는, 아이에서 어른으로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이 시기를 겪는 아이나 그것을 지켜보는 부모 모두 굉장히 혼란스럽고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못잡는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이 '중2'병이라고 한다. 그만큼 중학교 2학년 전후로 한 나이인 사춘기가 중요하다는 것이 아닐까.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중간인, 주변인으로 어디에도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없고, 그만큼 부딪히는 일도 많을 것이다. 그 속에서 좌절과 불만은 쌓여만가고 해소할 길은 없고 그러다가 스스로 문을 닫고 고립된 생활을 하거나, 아니면 탈선의 길로 빠지기도 한다.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의 주인공 스미레도 중2병을 심하게 앓고 있다. 초등학생 때는 힘들지 않던 일이 중학교가 뭐라고 이렇게도 힘든지. 스미레의 일상을 통해 이 시대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상황과 속내를 알 수 있다.

교실 부적응자이자 중2병에 걸린
한 소녀의 좌충우돌 성장기​


중학교라는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시 초등학교로 돌아가고픈 스미레는 중학교 2학년 첫 학기는 친구 하나 없이 시작한다.

역시 내가 말한 대로다. 또래 이아들을 한 장소에 몰아넣으니까 음단패설 병에 집단 감염되는 거다. 그러니까 중학교 때윈 폐지해 버려야 한다. 어른이 되고 나서 한 장소로 몰아넣든지 말든지 하자. 그 때까지 전원 집에서 대기!이상 끝.

스스로 왕따 아닌 왕따의 길에 들어선 스미레는 아이들을 피해 눈에 띄지 않는 시청각실 입구에서 점심을 먹는다.

'주변 환경이 틀려먹은 거야. 친구 같은 거 만들지 말고 내 길을 가면 되잖아. 왕따나 은따를 당해서 혼자 다니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거니까 괜찮아.'

스스로 왕따가 아니라고 위로도 해보고, 공상을 하며 외국 소설의 주인공도 되어보지만 곁에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스미레는 반에서 제일 잘 나가는 날라리 아오이네 그룹에 끼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유치원 시절에는 "나랑 친구하자"고 하면 금세 친구가 됐다. 초등학교 때는 자연스럽게 친구가 생겼다. 그런데 중학교는 왜 이렇게 복잡하고 귀찮은 걸까?


우여곡절 끝에 아오이네 그룹에 들어가게 되고 스미레는 아오이네 일행으로부터 따돌림당하지 않으려고 패션도 공부하고 치마도 세번이나 접어 입고, 염색도 하고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셨다. 헌팅을 당해도 도망치지 않고 어른처럼 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오이네 일행의 실체를 제대로 보게 되는 사건이 터지고, 스미레는 다시 외로운 왕따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제부터 어떻게 될지, 대충 예상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됐다. 맨 처음 상황으로 돌아간 것이다. 나는 또 반에서 혼자가 되었다.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를 통해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의 교실 속의 모습과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것을 어른들에게 바라는지 주인공 스미레를 통해 알 수 있어서 부모로서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이 시기에 교사와 부모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또한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스미레가 왜 짜증을 내는지, 왜 자꾸 양호실에 가는지, 눈에 보이는 성적, 화장, 치마길이에만 신경쓰고 야단치는 스미레의 부모를 보면서 저 모습이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듯, 내면에 숨겨진 진실을 알려고 노력하고 언제든 들어주고 받아줄 수 있는 부모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번 주에 양호실에 몇 번이나 간 거냐? 아까 담임선생님이 전화하셨다. 자꾸 기분이 안 좋다고 하는데 괜찮냐고 하시더라. 엄마한테 물어보니 집에서는 아무렇지도 않다던데, 꾀병 아니냐?"

딸이 왜 이런 꼴이 됐는지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도둑질이나 화장처럼 표층적인 것 외에는 보지 않는 두 사람한테 짜증이 났다. 지금까지 나 자신을 바꾸려고 발버둥을 쳤는데 결국 좌절해 버린 답 없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내 성격으로는 도저히 진입할 수 없을 것 같은 중학생 사회를 만들어 놓은 세상도 저주스러웠다. 그래서 눈물이 나온 거다.


하지만 '질퐁노도의 시기 사춘기'를 겪었기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을 견뎌냈기에, 더 단단해지고 자신에게 잠재된 것을 발견하게 될 수도, 인간관계에 있어 대처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이런 경험들이 있었기에 더 나은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지금 열아홉이 된 스미레가 자신의 열 네살에 대해 이렇게 결혼을 내린다.


노력은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중2 때의 나는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노력해도 잘 안 될 때는 지나치게 고민하면 안 된다. 좋아하는 간식이나 따뜻한 차라도 들면서 폭풍이 지나가기를 얌전히 기다리는 편이 낫다. 폭풍우는 금방 지나갈 테니까. 절대로 리스트 컷 따위는 해서는 안 된다.


부모도 그냥 '지나가는 소나기다' 생각하며 잠시 아무말 없이 기다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소나기가 지나고 난 자리에는 해가 다시 쨍하고 나타나리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아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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