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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암흑검사

category 추천도서 2020. 8. 11. 08:53

암흑검사 / 초연 장편소설


<암흑검사1.2>는 대중문화에서 권력에 눈 먼 '악의 화신', 아니면 완전무결한 '정의의 사도'로만 그려지는 대한민국 검사들의 진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서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는 현직 검사의 장편 소설이다.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주최하는 제2회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조만간 영화로도 제작된다고 한다.

장편소설답게 방대한 분량의 책이지만, 지루함을 느낄 겨를 없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한 책이다. 흡입력 최고의 책이라 말할 수 있다. 정말 강력추천하고 싶다.

<암흑검사1.2>는 잘 나가던 검사가 어느날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염산 테러를 당해 두 눈을 잃으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년 전 오늘 넌 뭘 봤지?"

1년 전 폐공장에서 13살 초등학생 소녀가 살해된다.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IQ 65인 지적장애인 고등학생 지온유. 모든 증거가 지온유를 향하고 있었지만 지온유는 끝까지 범행을 부인한다.

그러나 결국 이 사건을 맡은 강한 검사는 지온유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폐소공포증이 있던 지온유는 감옥에서 자살을 한다.

사회적으로 이슈였던 이 사건으로 스타검사가 된 강한 검사는 차기 대통령이 될 국회의원의 예비사위가 되지만 약혼식장에서 의문의 염산테러 사건으로 두 눈을 잃게 된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김별하 양 피살 사건이 이제 1주년을 맞이하는데요. 당시 주임검사로서 감회가 어떠세요?"

"김별하 양 피살 사건이 아니라, 지온유 살인
사건입니다."

"네?"

"사건에 피해자 이름을 붙여서 부르지 말라는 얘깁니다 가해자라면 몰라도.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우선 생각해야죠."

"아. 네... 정정하겠습니다."

1년 전 지온유 사건의 담당 검사였던 강한이 정체불명
괴한에게 당한 염산테러사건!
그리고 얼마 후 1년 전 지온유 사건의 담당 판사가 당한 상해 뺑소니사건!
그리고 그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1년 전 지온유 사건 담당 경찰이 당한 습격사건!

이 사고로 검사는 두 눈을, 판사는 두 손을, 경찰은 한쪽 귀를 잃게 된다.

연이은 의문의 연쇄 테러 사고로 1년 전 지온유 사건이 다시 재조명되기 시작한다.

과연 누가 무슨 이유로 1년 전 사건과 관련된 이들을 위협하는 것일까?

간만에 재미있는 추미스를 만나게 돼서 행복했다. <암흑검사1.2>는 재미있는 추미스 소설을 넘어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편견이나 나쁜 시선들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와 마녀사냥을 좋아하는 대중,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힌 법 집행자, 권력에 눈 먼 정치가가 얼마나 무서운 일들을 일으키는지 책을 읽으면서 생생하게 경험하게 된다.

《기억에 남는 문장》

강한은 1년 전 검사실에서 열아홉 살짜리 지적장애인 소년을 마주쳤던 순간을 떠올렸다.
답답함. 가장 먼저 되돌아오는 것은 바로 그 감정이었다. 증거가 뻔히 있는데도 마치 고장 난 라디오처럼 '아니다' '모른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동문서답하던 지온유. 그런 지온유를 보면서 강한은 절대로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그 말, '병신'이라는 단어가 목구멍 끝까지 치밀어오르곤 했다 그만큼 화가 났다. 지온유의 태도가, 언행이, 그가 저질렀던 끔찍한 범죄가.


"그렇게 아등바등 덤벼들 필요 없어요. 검사님. 장애는 맞서 싸워야 할 악의 무리가 아니에요. 이겨내고 떨쳐내야 할 병마도 아니고요. 장애는 이제 검사님의 일부이고, 검사님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야 할 신체적인 특성일 뿐이에요."

"그래요. 시각장애를 극복하는 걸 검사님의 삶의 목표로 생각하지 마세요. 검사님의 삶의 목표는 따로 있어요. 다만 시각장애에 적응하면서 그 목표를 이루어나가는 것일 뿐이에요."


"잘 들어, 류뚱. 사람에게 '절대로'라는 건 없는 거야. 이 세상엔 절대적으로 나쁜 사람도, 절대적으로 선한 사람도 없어. 그저 악의 유혹에 상대적으로 강한 사람이 있고, 약한 사람이 있을 뿐이지. 일단 한번 방향을 잡고 나면, 그다음은 상황이 몰아가는 거야. 알아들었어?"

청탁 같은 걸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저도 변호사라서 잘 알고 있습니다. 금전이나 승진을 대가로 결백한 사람에게 살인 누명을 쒸우는 경찰이나 검사, 판사는 영화 속에나 존재한다는 걸요. 대신 현실에는 아집과 편견애 사로잡혀 미리 정해놓은 결론 외의 것은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찰, 검사, 판사가 존재하죠. 그리고 그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도요.

사실 검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개인적 편견과 사회적 통년에 사로잡혀 있는, 오만하게도 자기 자신의 판단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그리고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건을 편리하게 이끌어나가고 싶어하는 자의식이죠. 저는 그 자의식에 눈이 멀어서 꼭 들여다봐야 할 것을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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