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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철도원 삼대

category 추천도서 2020. 8. 13. 16:52


철도원 삼대 / 황석용 장편소설


"철도는 조선 백성들의 피와 눈물로 맹글어진거다."


황석영 작가는 우리 문학사에서 빠진 근대 산업노동자들의 삶을 반영한 소설이 드물다"며 "우리 문학사에서 빠진 산업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워 그들의 근현대 백여년에 걸친 삶의 노정을 거쳐 현재 한국 노동자들의 삶의 뿌리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철도원 삼대>는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기, 남북전쟁, 분단, 21세기까지 100여년 근현대사를 살아간 산업노동자 삼대의 삶을 다뤘다.

증조할아버지 이백만, 할아버지 이일철, 아버지 이지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동자 삼대와 현재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백만의 증손자, 공장 노동자 이진오가 화자가 되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 이진오는 이십오 년 동안 공장에서 일해 온 노동자이다. 공장이 폐쇄되고 회사가 다른 회사로 팔리면서 졸지에 일터를 잃어버렸다. 몇몇 남지 않은 같은 처지의 노동자들과 현재 노동투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홀로 아파트 십육층 높이의 발전소 굴뚝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해고 노동자 이진오는 빈 페트병 다섯개에 죽은 이들의 이름을 적어놓고 그들을 불러내어 지난 일들을 회상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묵묵히 견녀내고 있다.

매직을 들고 잠시 생각하던 그는 빈 페트병들을 내랴다보았다. 그는 조태준에 버금가는 자기편의 이름들을 그 물체에 붙여주고 싶었다. 깍새, 주안댁, 금이, 그렇게 써놓고는 그는 붉은 매직잉크가 번진 엄지 검지를 살펴보았다. 베인 상처 같구나. 영숙 두자를 쓰고는 멈춘다. 다른 페트병에도 진기라고 이름을 붙여준다.

주인공 이진오는 증조할머니 '주안댁', 할머니 '신금이', 어릴 적 동무 '깍새', 자동차공장 해고노동자였던 친구 '진기', 조선소의 크레인 농성을 버텨낸 강철같은 여성 노동자 '영숙'을 만나면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증조할아버지 이백만에서 할아버지 이일철과 아버지 이지산을 통해 그에게 전해진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삶은 지루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지속된다는 믿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늘을 살아낸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산업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희생과 투쟁이 있어왔고, 지금 이순간에도 투쟁하는 그들이 있기에 세상은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게 아닐까.

"세상이 변할까? 점점 더 나빠지구 있잖아."
"살았으니까 꿈틀거려보는 거지. 그러다보면 아주 쬐끔씩 달라지긴 하겠지."


사방에서 여러가지 소식이 몰려왔다. 남쪽 도시 어느 곳에서는 택시 기사가 크레인에 올라가서 일면 가까이 농성 중이었고 기차의 여성 승무원들은 십여년 넘게 복직투쟁을 계속했다. 또 교사들의 법의 노조를 제도권 안으로 회복시켜달라고 몇년째 거리에 와 있었다. 어디서는 청소원들이, 또 어디에서는 임시직 노동자가 죽고 다치고 쫓겨났다. 이들에게 시간은 정지되어 있었다. 진오의 동료 열한명에게도 이 싸움은 삼년이 넘게 지속되었고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었다.

<철도원 삼대>는 일제강점기부터 해방전후 그리고 현재까지 노동자들의 삶을 실감나게 다루었고, 사실적인 자료와 더불어 민담(옛이야기)을 곁들어 방대한 분량의 책을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너만 잘 살지 말고 "다 함께 같이 좀 살자."는 노동자들의 민중들의 울분이 담겨져 있어 마음을 울린 책이다.

《책 속의 좋은 문장들》

“노동투쟁은 원래가 이씨네 피에 들어 있다. 너 혼자 호강하며 밥 먹자는 게 아니구, 노동자 모두 사람답게 살아보자 그거 아니겠냐? (…) 한두달 새 내려올 생각 아예 마라. 쩌어 예전부터 지금까정 죽은 사람이 숱하게 쌨다.”
그녀가 하는 말은 큰할아버지 이백만과 할아버지 이일철과 아버지 이지산이 늘 입에 달고 쓰던 말이었다. 그 말은 이진오의 어머니 윤복례도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동의했고 자신의 생각이기도 한 말이었다. p.110-111

너 굴뚝 위에 혼자 있는 거 같지?”
“할머니하구 이렇게 같이 있잖아요.”
그녀는 손자의 손목을 잡아 이끌었다.
“저어기 하늘에 별들 좀 보아. 수백 수천만의 사람이 다들 살다가 떠났지만 너 하는 짓을 지켜보구 있느니.”
진오는 다시 어린것이 되어 할머니의 손을 잡고 영등포시장 거리로 나아갔다. 언제나 꿈속처럼 보이던 버드나무집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p.213

모녀는 저녁조차 먹지 못하고 고구마까지 빼앗겨 맥이 풀린 채 터덜터덜 집골목으로 들어섰다. 엄마가 문 앞에서 주저앉더니 꺼이꺼이 울면서 부르짖었다.
“같이 좀 살자, 못된 것들아. 같이 좀 살아.”
이진오는 그녀가 말하려던 충분한 한마디가 바로 이 말이라는 걸 알아들었다.
“노동자가 높은 데로 올라와 사람들에게 자기 처지와 입장을 알아달라고 농성하게 된 것만 해두 엄청난 사회적 변화라구. 우리 할머니는 늘 그렇게 말했어. 어쨌든 세상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져간다고.”
p.410

방대한 우주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살던 시대와 삶의 흔적은 몇점 먼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세상은 느리게 아주 천천히 변화해갈 것이지만 좀더 나아지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고 싶지는 않다.
p.617

이것은 유년기의 추억이 깃든 내 고향의 이야기이며 동시대 노동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이 소설을 한국문학의 빈 부분에 채워넣으면서 한국 노동자들에게 헌정하려고 한다.
p.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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