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의 장편소설 「브릿마리 여기있다」
「오베라는 남자」와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할미전)」에 이어 세 번째로 출간한 프레드릭 배크만의 장편소설 「브릿마리 여기있다」를 읽었다.
「오베라는 남자」를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브릿마리 여기있다」도 부푼 기대를 안고 설레는 맘으로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하였다.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프레드릭 배크만'의 색깔을 가진 작품이었다.
커트러리를 늘 똑같이 정리해야 하고(포크, 나이프, 스푼) 음식을 먹을 때는 받침 접시가 꼭 있어야 하며, 과탄산소다와 유리창 세정액 팩신이 없으면 안 되는 청소 중독자로 여겨질 만큼 결벽증에 항상 수첩에 리스트를 적고 아침 6시에 일어나며, 저녁은 꼭 6시에 먹는 까칠한 브릿마리~
자신은 남을 배려한다지만 늘 과하게 솔짓한 탓에 이웃에게도 남편에게도 '수동 공격적'이며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다.
40년 동안 한 동네에서 남편의 그늘 밑에서 오로지 집안을 깨끗이하고 아이들 돌보며 남편 퇴근 시간만 기다리며 살아온 63세의 브릿마리였던 그녀에게 위기가 닥쳐온다.
그녀의 남편 켄트에게 내연의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브릿마리는 심장마비로 쓰러진 켄트를 두고 집을 나오게 되면서 그녀의 제2의 인생이 펼쳐진다.
먼저 브릿마리는 홀로서기를 위해 고용 센터를 찾아간다. 그러나 예순 셋의 나이에 40년 전 웨이트레스일을 해 본 게 전부인 그녀에게 일자리 구하기는 녹록치 않다. 상담센터 아가씨를 곤란하게 할 만큼 브릿마리가 일자리 구하기에 집착하는데 그 이유가~~
요즘 현실사회 문제 중에 하나로 혼자 사는 노인들의 외로움 죽음을 가끔 뉴스로 접하는데 가슴이 짠하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보로그에 있는 레크레이션 센터의 관리직으로 취직하게 된다.
보로그라는 곳은 도로를 따라 건설된 지역으로 곳곳에 문을 닫은 곳이 열려 있는 곳마다 많은 폐허 수준의 작은 마을이다. 레크레이션 센터도 곧 문을 닫을 예정이다.
브릿마리답게 청소도구부터 찾아 엉망진창인 센터를 과탄산소다를 사용하여 깨끗하게 청소한다.
그녀가 이렇게 청소에 집착하게 된 이유는 어릴 때 트럭 사고로 언니 잉그리드의 죽는 그 순간 부서진 유리조각과 범벅이 된 핏자국을 깨끗이 청소하고 싶다는 생각을 정신을 잃는 순간에 하게 된다. 깨어진 유리조각, 핏자국이 청소로 깨끗이 없어지면 언니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닐까? 언니를 잃은 슬픔과 언니가 아닌 자신이 살아 있다는 엄마의 분노와 자신의 분노, 아빠의 무신경, 이 모든 것이 언니인 잉그리드보다 유일하게 잘 할 수 있는 집안일인 청소, 정리로 엄마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어서 그녀는 청소를 하고 또 한 것이다.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그 때 엄마의 칭찬 한마디 아빠의 격려 한마디만 있었더라면 브릿마리의 인생은 어떻게 변했을까?
어느 한 순간, 그 시점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는 우리의 인생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브릿마리 그녀는 청소로 자신의 존재를 엄마, 남편, 아이들, 이웃들에게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었을 뿐인데 그로 인해 다른 이들에겐 결벽녀로 까칠하고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보여진다.
보로그에서 만난 휠체어를 탄 미지의 여자, 축구를 사랑하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 하키 선수이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맥스, 브릿마리와 썸?을 타는 경찰관 스벤,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던 지금은 시력이 나쁜 뱅크, 브릿마리와 잘 통하는 새미, 새미의 친구 사이코까지 이 사람들을 만나면서 브릿마리는 조금씩 변하고 브릿마리의 숨겨진 모습이 나타나게 된다.
뜻하지 않은 축구 코치로 이웃들과 더욱 친해지고 브릿마리의 존재감은 더 커지게 된다.
그렇게 남편의 그늘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 살아가던 중 남편 켄트가 그녀를 찾아온다.
남편과 다시 원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브릿마리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는 브릿마리 사이에서 브릿마리는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내일 어느 집 문도 두드리지 마세요. 그냥 차를 타고 떠나는 거예요!"
"보르그는 정확히 그 자리에 있다. 예전 그 자리에 있다. 보르그 옆에는 두 방향으로 난 도로가 있다. 하나는 집으로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파리로 가는 길이다."
선택은 나 자신이 하는 것이다!!!
한쪽 문짝이 파란 흰색 르노를 타고 그토록 꿈꾸었던 파리로 브릿마리 그녀는 달려간다!!!
"축구장도 있다. 축구 구단도 있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녀가 어디에 있든.
모두 브릿마리가 여기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오베의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브릿마리 여기있다」는 특이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이 우리의 삶에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특유의 무심함과 까칠한 속에서 따뜻한 정이 느껴지고, 그럴 수 밖에 없던 이유를 알게되면 가슴 짠한 슬픔으로 먹먹해진다.
인생을 느낄 수 있는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꼭 한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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