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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가는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작품은 읽어 본 적이 없다.
2009년에 「IQ84」가 이슈가 되었을 때 읽어보려고 했으나 조금 읽다가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먼저 제목이 내 눈길을 끌었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라~ 육식 동물이 샐러드를?
표지도 산뜻하고 그렇게 두께감도 없고, 가볍게 읽기에 좋을 거 같아 읽게 되었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는 '무라카미 라디오'의 세번째 단행본으로 패션잡지 <앙앙>의 103회 연재글부터 마지막 153회차 에피소드를 한 권으로 엮은 책이라고 한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에 이은 세번째 에세이집이라고...전권 모두 제목이 독특하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도 읽어봐야겠군...

한 편 한 편마다 글에 맞는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 글만 읽는 것보다 더 집중도 되고 쉬어갈 수 있는 틈도 있어 지루하지 않게(지루한 글은 아니었음)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불테리어밖에 본 적 없다'를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구나? 새삼 깨닫게 된 사실~~
여자인 나도 몰랐던 것을...정말 대단한 무라카미 하루키!(섬세한 작가님이라 역쉬 다르네요..)

불테리어밖에 본 적 없다

한 사람하고만 결혼해서 여자를 모른다는...태어나서 불테리어밖에 본 적 없다면, 개에 대해 무얼 안다고 할 수 있겠냐는? 어느 남자의 말!

하지만 한 사람(여자)과 일상의 횟수가 거듭되는 동안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그것,
'여성은 화내고 싶은 건이 있어서 화내는 것이 아니라, 화내고 싶을 때가 있어서 화낸다'라는 것이다.
정말 딱 맞는 말이다.ㅎㅎ
같은 상황인데도 어떨 때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반면 어떨 때는 화를 아주 진지하게?낼 때가 있다.
정말 이럴 땐 어떡해야 모르겠죠? 남자 분들ㅠㅠ
그럴 땐 목을 움츠리고 뭔가 다른 생각을 하면서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릴 수 밖에 없라는 작가의 현명한 대처법이 나오네요~~ 

 

여자들의 화 뿐만이 아니라 어떤 일에 있어 지금 당장 어찌할 수 없는 거라면 한발짝 물러나 조용히 지켜보는 것도 문제의 해결방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는 '잊히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다', '오페라 가수의 샴고양이', 슈퍼 샐러드를 먹고 싶다', '쇤브룬 동물원의 사자', '뭉크가 들은 것', '제일 맛있는 토마토', 등 52편의 에세이가 담겨져 있다.

유쾌하고 재밌는 글도 있고, 가끔 야릇한?글도 있고,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글도 있고, 슬프고도 공감이 가는 글도 있고, 오호~이런 기발한 생각을 하는 글도 있고, 알아두면 요긴하게 쓰일 글도 있고...지루할 틈 없이 한번에 읽혀진 에세이집이다.

"에세이를 연재하다보면 '꼭 쓰게 되는'토픽이 몇 가지 나온다. 내 경우, 고양이와 음악과 채소 이야기가 아무래도 많다. 역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는 것은 즐거우니까. 기본적으로 싫어하는 것, 좋아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되도록 생각하지 않기로, 쓰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다."

'새 프라이팬은 좀처럼 오믈렛을 만드는 데에 협조해주지 않는다. 그런 프라이팬을 달래고 어르고 칭찬하고 협박해서, 간신히 내 것으로 만든다. 일단 내 것이 된 뒤에도 사용 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헌혈 수첩'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수첩' 같은 걸 만드는 것이다. 길모퉁이에 바이크 머신을 늘어놓고 자원봉사자가 페달을 밟아 발전을 하게 한다. 그리고~포인트가 쌓이면 기념품 같은 것을 준다.'

'선물을 잘 고르는 사람을 보며 느끼는 것인데, 선물을 고를 때 에고가 드러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옷내 마음에 드네'라든가 '이 옷을 그 사람한테 입혀보고 싶네'라는 식으로 자신의 마음이 앞선다. 그런데 잘 고르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의 마음이 되어 물건을 고른다.'

'나이 먹는 것을 여러 가지를 잃어가는 과정으로 보는가, 혹은 여러 가지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보는가에 따라 인생의 퀄리티는 한참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같은 걸 보더라도 이렇게 보느냐, 저렇게 보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물이 채워진 컵을 보고 '반 밖에 없잖아', 하는 사람과 '반이나 있네'하는 사람의 인생은 다를 것이다.
(꼭 비관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인생이 나쁠 거라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 나온 것처럼)
그러나 낙관적인 생각으로 살면 삶이 더 부드럽지 않을까?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보지 않을까? 그러면 나 자신이 좀 더 편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새 나막신을 샀다며
친구가 불쑥 찾아왔다.
나는 마침 면도를 다 끝낸 참이었다.
두 사람은 교외로
가을을 툭툭 차며 걸어갔다.
                         기야마 쇼헤이의 <가을>(쇼와8년)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인생에서 그리 길지 않고, 심심할 때 놀아주는 사람도 점점 줄어든다.

낯가림 심한 작가가
털어놓은 아기자기하고 비밀스러운 일상

예쁘고 못나고 길고 짧고를 넘는
무라카미 하루키식 해피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