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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수상한 사람들」

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역시 재미있다. 그런데 이 「수상한 사람들」은 단편 모음집이라 기존 장편 추리소설처럼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심장의 떨림은 덜하다.
뭔가가 더 있어야 될 것 같은데, 그 지점에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고 해결되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는 그래서 난 단편보다는 장편을 더 선호한다.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여러가지 미스터리를 만나게 되어 기쁜 맘으로 재미있게 봤다.

「수상한 사람들」은 일곱편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자고 있던 여자> <판정 콜을 다시 한번!> <죽으면 일도 못해> <달콤해야 하는데> <등대에서> <결혼 보고>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

목록에 책 제목인 <수상한 사람들>은 없다. 대부분 단편 모음책을 보면 책 제목이 목록 한 부분에 들어있는데 여기에는 없다.

수상한 사람들이 이 단편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시발점이 되는 것이라 하나의 소제목에 국한되어 끝날 이야기가 아닌지라 큰 타이틀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를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매일 마주치는 평범한 사람들이
어느 날부터 수상해지기 시작한다.


<자고 있는 여자>는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인 가와시마는 직장동료들에게 5000엔을 받고 자신의 아파트를 여자친구와 섹스하기 위한 장소로 빌려준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침대에 낯선 여자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여자는 자신이 누구랑 왔는지 기억하지 못한 채, 자신을 데리고 온 남자를 찾기 전에는 나갈 수 없다고 버티는데...과연 이 여자는 누구이며,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판정콜을 다시한번!>은 세일즈맨으로 가장하여 강도짓을 하다 경찰에게 도망쳐 숨어든 주인공과 그 집 주인인 남자와의 우연이 아닌 필연적 만남! 야구부였던 주인공과 심판이었던 남자와는 지난 날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죽으면 일도 못해>는 회사에서 신용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일에 있어 성실하고 꼼꼼한 계장! 최근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로 작업 로봇을 개발 중이었던 계장이 어느날 공장 휴게실 자판기 앞에 시체로 발견되는데...

<달콤해야 하는데> 제일 재밌게 본 단편이다.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간 부부! 행복에 젖어 있어야 하는 여행에서 신랑은 자고 있는  부인의 목을 조르는데... 그 신혼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등대에서>는 어릴 때부터 같이 지낸 친구에게 열등감에 사로잡힌 주인공은 정신적으로 강인해지기 위해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하지만, 뜻하지 않게 그 친구와 누가 더 재미있는 여행을 했는지 내기를 하게된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친구에 대한 열등감과 중오, 미움으로 엄청난 일을 계획하는데...

<결혼 보고>는 3년이나 연락 없이 지냈던 친구에게서 갑자기 결혼했다는 편지를 받은 주인공~ 편지와 함께 신랑과 같이 찍은 사진이 들어있는데 그 사진 속의 여자는 주인공의 친구가 아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를 찾아나서는 주인공! 어떻게 된 일일까?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는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여행 간 중앙아메리카의 코스타리카 국립공원에서 강도에게 습격을 당한 일본인 부부!
모두가 의심스러운 사람들 속에서 범인을 잡고, 무사히 일본으로 갈 수 있을까?

「수상한 사람들」은 인간 관계에서 속에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미움, 화, 오해, 의심 같은 감정들로 인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 일곱편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더 섬뜩하고 이야기 속으로 쉽게 빠져들게 된다.

좀 더 깊은, 반전의 반전, 더 다이내믹한 스릴은 아쉽지만 이 무더운 여름에 읽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었다.

'상대방을 생각해서 한 행동을 상대방은 이해 못해 톱니바퀴가 거꾸로 돌고 마는 거지요. 그 톱니바퀴를 제자리로 돌리기란 어려워요. 왜냐하면 그러려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상대의 행동만 생각하면 좀처럼 오해는 풀리지 않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