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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노란집 - 박완서

category 추천도서 2018. 7. 21. 01:00
박완서의 소설집 노란집

2000년대 초반부터 아치울 노란집에서 저자가 쓴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노란집」 왠지 자그마한 시골 동네에 저녁 노을 질 무렵 나즈막한 굴뚝에서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밥 짓는 냄새가 콧 속으로 스며들면서 여기저리 놀던 아이들이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달음박질 소리에 개 짓는 소리도 들리고, 아직  더 놀고 싶은 마음에 두리번두리번 한 눈 파는 아이의 엄마가 밥 먹으러 들어오라는 리도 들리는, 내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이 책은 13개의 짧막한 이야기로 엮인 <그들만의 사랑법>에서는 노부부의 삶과 사랑을 정감있게 이야기하고, <행복하게 사는 법>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 <내리막길의 어려움>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쓴다> <황홀한 선물>에서는 저자의 소소한 일상을 엿볼 수 있고, 그 속에서 잔잔한 감동과 깨우침을 얻을 수 있다.

영감님 마나님이라는 호칭이 너무 살갖게 느껴진다.
요즘 젊음이들의 사랑과는 다른 노고와 고락의 세월을 함께 겪으면서 수많은 고비를 넘기 살아 온 노년의 사랑에는 분명 다른 향취가 있다.

"문득 마주친  눈길에는 신혼 시절의 수줍음도, 한창때의 열기도, 중년기의 짜증도, 설늙었을 때의 허망감도 없다. 그 고비를 무사히 건너온 공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싶은 곰삭은 정과 평화가 있을 뿐."

계속되는 폭염이다. 올 여름이 유난히 더 더운 것 같은...알고보면 매년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ㅋ

"여름에 우선 붙어 살던 인간관계를 바람이 통하도록 성기게 해볼 일이다. 여름에 혼자 집에 남아 있어보라.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어도 집이 얼마나 시원한가. 이웃집에서도 인기척이 들리지 않을 때 약간은 고독할 것이다. 그러나 고독처럼 산뜻하고 청량한 냉기는 없다는 것을 곧 온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곧 있으면 여름방학인데 혼자 있을 수 있을려나?
나도 고독을 느껴보고 싶다!!

'박완서 씨 고마워요." 하는 정도밖에 존댓말을 못 쓰는 젊은이도 내가 그쪽 성명을 물어보면 김철수라고 말하지 않고 '김'자 '철'자 '수'자입니다. 라고 말한다.
손자가 할아버지한테 "이 신발 엄마께서 사 주신 거야."

요즘 존댓말을 잘못 쓰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물건을 사고 계산할 때 "15000원 이세요." 라든지
"참 편리한 제품이세요.  병원에서 "소매 걷어 올리시고 주먹을 꽉 쥐실게요." 등등 듣기 거북한 존댓말을 들을 수 있다.
나부터 잘못 쓰고 있는 존댓말이 없는지 한번 생각해보고 예쁜 우리말을 잘 써야겠다는 반성을 해 본다.

"신혼부부에게 여보 당신이라는 좋은 말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했더니 꺅 소리를 지르며 닭살이 돋을 것 같다나. '여보' '당신'이 좀 드라이긴 해도 닭살이 돋게 징그러울 건 또 뭔지 잘 이해가 안 된다. 나야말로 닭살이 돋는 것은 요즘 새댁들이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걸 들을 때이다." 

요즘 가정육, 학교교육 문제점에 대해서끈한 일침도 놓으시고...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쓴 소리도 하시는...
한번 생각해보고 깊게 고민해 볼 문제이다.

잔잔하게 편안하게 옛 추억을 생각하면서 가볍게 읽으면 되는 소설이라 생각했는데 그 정감가고 미소짓게 하면서도 어느순간 나 자신을 돌아보게하고 따끔한 충고도 주면서 많은 것을 깨우치게 되는 반전이 숨겨져 있는 소설인 것 같다.

연륜이 묻어나는 소설!
젊은 세대에서는 나올 수 없는, 일제강점기와 6.25를 겪어보지 못한 이들에게서 나올 수 없는, 인생을 오래 살아온 이들에게서 묻어나오는 글로 정말 값진 책을 읽게 되어 너무 좋았다.

「내가 죽도록 현역작가이고 싶은 것은 삶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노년기 또한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