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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한 글자 사전

category 추천도서 2018. 9. 1. 09:00
한 글자 사전 / 김소연

한 글자로 가늠하다!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생의 감촉

도서관에 갔다가 신착코너에 「한 글자 사전」 이라는 제목에 눈길이 가 빌려온 책이다.

「한 글자 사전」은 '강'에서 출발해 '힝'까지 310여개에 달하는 한 글자에 작가 자신만의 해석으로 풀어놓은 책이다.

실로 감탄을 금할 수 없으며 정말 어떡해 이런 생각을 했는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한 글자, 단지 한 글자 뿐인데 그 속에는 어마어마한 숨은 뜻이 숨어있다니 경이롭기까지 한다.

한 글자 속에 감동도 있고 추억도 있고 비판도 있고 희노애락이 있으니, 지루할 틈없이 한 페이지 페이지마다 나의 마음도 얼굴 표정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면서 읽어 내려갔다.

작가 김소연님이 한국어대사전을 내내 책상 옆에 두고 기역(ㄱ)부터 히읗(ㅎ)까지 순서대로 이어지는 한 글자에 자신만의 생각과 정의로 풀어낸 「한 글자 사전」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전은, 말이 언제나 무섭고 말을 다루는 것이 가장 조심스러운, 그것이 삶 자체가 된 나에겐, 곁에 두어야만 하는 경전이다.'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무서운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말 한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간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발 없는 말이 천리간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등등 말에 관한 속담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도 사전을 곁에 두고 산다면 지금보다 더 예쁜말 고운말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한 글자 사전」은 사전이라 해서 딱딱하고 지루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작가가 시인이라서인지 시처럼 운과 율이 있고, 시나 수필 형식의 글도 있어 다양하게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310여개의 한 글자 중에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을 소개하자면 우선 단어 고유의 뜻 보다는 그 단어에서 풍기는 의미로 쓰여진 글이 있다.
귀 : 토론할 때는 닫혀 있다가 칭찬할 때는 잘 열리는 우리들의 신체기관.
침 : 매일 삼키고 살면서도 뱉어지면 더러워 보인다.

사회현실이나 정치를 바라보는 비판적, 날카로운 시선도 한 글자에 표현되어 있다.
망 : 명사에 붙여 쓴다. 관계망, 사회망, 통신망, 인간망, 유통망, 판매망, 사회연결망, 교통망, 정보망, 연락망 등등. 거미줄에 앉은 거미가 되기 위하여 접근했다가 거미줄에 앉은 먹잇감 신세가 된다.
틈 : 생각날 틈 없이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연인, 생각할 틈 없이 핸드폰을 열람하는 사람들, 모든 틈은 핸드폰이 점령했다.
벌: 죄를 지으면 받아야 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받기 위하여 죄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많다.
법: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창안하였으나 권력을 비호하기 위하여 사용된다.
솜 : 법을 오긴 권력에 법이 휘두르는 방망이.
쇼: 대부분의 정치인이 국민을 향해 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행동

재미있는 생각지도 못한 한 글자 해석도 있다.
링 : 동그라미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복서에게는 사각을 뜻한다.
윷 : 팔십 대 노인과 여덟 살 꼬마가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놀이 도구. 양 쪽 모두 일부러 져주지 않기 때문에 팽팽한 게임.
쉬 : 이 말 한 마디로 어린아이는 어른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쉿 : 이 말 한 마디로 어른은 아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려 한다.

그리고 우리말, 한글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된 순간이 감탄사 '어'라는 이 한 글자가 얼마나 많은 뜻을 나타내는지를 읽고 정말 저절로 엄지척이 된다.
어 : 짧고 높은 억양일 땐 이상해서 놀라고 있지만 괜찮다는 뜻. 짧게 뒤끝을 올릴 땐 이상해서 놀랐으니 방법을 요구한다는 뜻. 길게 표준 억양일 땐 운을 떼기 전에 주위를 끌려 한다는 뜻. 길고 말꼬리가 흐릴 때는 감탄한다는 뜻. 길게 천천히 억양이 올라갈 때는 무언가 깨달아가고 있다는 뜻.

정말 한 글자의 위대함을 보여준 책이다.
나의 인생책이 될 거 같은 예감이^^^

볼 : 뺨의 한가운데 부위. 어쩐지 뺨은 때리기 위한 곳 같고 볼은 뽀뽀를 하기 위한 곳 같다.


주워 온 돌 하나. 아무것도 아닌 것 하나.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쓸데가 없다. 그저 돌멩이 하나다. 쓸데가 없어서 돌은 이모저모 쓸데를 찾게 만드는 사물이기도 하다. 어떻게 사용할지는 돌의 주인에게 달렸다. 돌의 용도를 발명해야 하는 것이다.

김소연의 「한 글자 사전」은 짧은 문장 속에 많은 것을 담고 있는, 휘리릭 넘겨 편하게 읽으면 될 것 같은데 많이 적혀있지 않은 한 페이지 글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과 긴 여운을 남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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