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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82년생 김지영

category 추천도서 2018. 9. 5. 12:52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장편소설

"나도 선생님 되고 싶었는데."

"돈 벌어서 오빠들 학교 보내야 했으니까. 다 그랬어. 그때 여자들은 다 그러고 살았어."

"지금은, 돈 벌어서 너희들 학교 보내야 하니까. 다 그래. 요즘 애 엄마들은 다 이러고 살아."

「82년생 김지영」 소설은 우리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겪었던 그리고 지금 겪고 있는 남녀 차별의 실체를 현실성 있게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82년생 김지영이 아닌 모든 여성이 자신이 마치 김지영처느껴지면서 분노와 공포 당황 놀람 좌절을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소설이다.

김지영은 34살, 3년전 IT계열의 중견 기업에 다니고 있는 남편과 결혼하여 슬하에 돌 지난 딸이 있으며, 출산과 동시에 다니던 작은 홍보대행사 직장을 퇴사하고 지금은 혼자 육아를 전담하고 있다.

김지영씨는 밝고 웃음이 많고 TV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 곧잘 따라하여 남편을 웃게 만드는 쾌활한 성격을 지닌 지영씨가 최근에는 육아로 지쳤는지 허공을 보거나 정신을 놓고나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곤 한다.

그러던 어느날 김지영씨에게 이상 증세가 나타나는데 장모님으로, 하루는 작년에 죽은 동아리 선배 차승연씨로 빙의되어 남편을 놀라게 한다.

그 후 조금씩 이상한 징후가 있었는데 드디어 추석이 되어 시댁에 갔을 때 일이 터지고 만다.

추석 전날에 시어머니와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전이며 튀김 갈비 송편을 만들고 중간중간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 하고...

추석 당일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마치자 남편의 여동생 식구들이 온다. 여동생은 친정이라 오자마자 뻗어 버렸고 김지영씨랑 시어머니가 점심상을 차린다.

많은 음식을 보고 여동생이 힘들다며 다음부터는 음식을 많이 만들지 말라며 엄마에게 말하자 시어머니가 김지영씨에게 힘들었냐묻고 그 순간 김지영씨가 엄마(장모, 사부인)로 빙의된다.

"아이고 사부인, 사실 우리 지영이 명절마다 몸살이에요."

"사돈어른, 외람되지만 제가 한 말씀 올릴게요. 그 집만 가족인가요? 저희도 가족이에요. 저희 집 삼 남매도 명절 아니면 다 같이 얼굴 볼 시간 없어요. 요즘 젊은 애들 사는 게 다 그렇죠. 그 댁 따님이 집에 오면, 저희 딸은 저희 집으로 보내 주셔야죠."

김지영씨는 이 일로 정신과 상담 치료를 받게 된다.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명절이 되면 여자들은 하루종일 주방에 서서 요리하고 밥상 차리고 설거지하고, 반면에 남자들은 거실에서 티비보거나 잠 자고 아니면 친구들 만나러 나가버린다.

명절 끝에 부부싸움과 이혼이 급증한다고 한다.

요즘은 남자들도 전 부치거나 송편도 같이 만드는 집들이 많아지고, 시댁, 친정 똑같이 머물다 오는 집들이나 추석은 시댁에서 설은 친정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옛날보다는 많이 좋아지고 있다하지만 아직도 집안일이나 시댁 친정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조금 있으면 추석이다. 주부들의 신경이 예민해질 때이자 피로감이 급상승할 때다. 올해도 무사히 잘 넘어가길 바란다.

이제부터는 과거 1982년 김지영씨가 태어날 때부터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살 많은 언니와 다섯 살 어린 남동생, 삼남매와 할머니 부모님 여섯 식구가 열 평 남짓 단독주택에서 살아가면서 어릴때부터 여자이기에 부당하차별 대우를 받는 것이 초.중.고 대학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받는 남녀 차별과 여자이기 때문에 감당해야 할 불편함, 좌절과 체념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성의 인생을 보여준다.

"뭐가 어려? 난 열 살 때부터 지영이 가방이랑 준비물 챙겨주고, 숙제도 다 봐줬는데. 우리는 쟤만 할 때 걸레질도 하고, 빨래도 널고, 라면이나 달걀 프라이 같은 건 알아서 해 먿었다고."

"막내라서가 아니라 아들이라서겠지!"

"할머니 계셨으면 큰누나는 엄청 혼났을 텐데. 어디 여자애가 남자 머리를 때리냐고."

아버지에게 무척 많이 혼났다. 왜 그렇게 멀리 학원 다니느냐, 왜 아무하고나 말 섞고 다니느냐, 왜 치마는 그렇게 짧냐...조심하라고, 옷을 잘 챙겨 입고, 몸가짐을 단정히 하라고, 위험한 길, 시간, 사람은 알아서 피하라고, 못 알아보고 못 피한 사람이 잘못이라고.

"넌 그냥 얌전히 있다 시집이나 가."

직장생활에서도 월급이나 승진 부분에서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더 많은 기회와 혜택이 주어지고, 무엇보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가지게 되면 더 이상 직장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가지 곤란한 법이다.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

평범한 여성, 34살의 김지영씨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여성들이다.

여자이기 때문에 겪는 불공평한 대우와 차별, 옛부터 근본적으로 남성우월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 여자들의 삶의 고단함과 절망 속에서 그래도 소수의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것에 희망을 품어볼 수 있다.

교탁으로 날아간 실내화를 던진 아이가 김지영이 아니라고 말한 친구, 급식 먹는 순서를 바꾸자고 제안한 유나, 선도부 교사에게 남녀 차별적 복장 규율을 항의한 친구, 바바리맨을 직접 잡은 친구들, 직장 내 성희롱에 적극적으로 저항한 김은실 팀장...

이런 여성들이 있기에, 점점 많아지고 있기에 내 딸, 우리 딸들의 미래는 더 밝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전업주부가 된 후, 김지영씨는 '살림'에 대한 사람들의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때로는 '집에서 논다'고 난이도를 후려 깎고, 때로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떠받들면서 좀처럼 비용으로 환산하려 하지 않는다. 값이 매겨지는 순간, 누군가는 지불하여 하기 때문이겠지.

주부인 나는 오늘도 청소 빨래 밥 집안일을 했지만 돈은 받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지도 못했다. 고맙다고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했다.

하지만 난 서운하지도 절망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다. 그것이 주어진 나의 일이고, 마땅히 해야할 일이고,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하지만, 내 딸은 그렇게 살지 않았으면 한다.

무슨일이든 그에 대한 합당한 대가와 보상이 있었으면 한다. 무의식적으로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면서 희망을 가지고 더 나은 자신을 꿈꾸면서 당당하게 살아가길 빌어본다.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그 커피 1500원이었어. 그 사람들도 같은 커피 마셨으니까 얼만지 알았을 거야. 오빠, 나 1500원짜리 커피 한잔 마실 자격도 없어? 아니, 1500원 아니라 1500만 원이라도 그래. 내 남편이 번 돈으로 내가 뭘 사든 그건 우리 가족 일이잖아. 내가 오빠 돈을 훔친 것도 아니잖아.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