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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내게 무해한 사람

category 추천도서 2018. 11. 8. 07:00
내게 무해한 사람 / 최은영

여행 가고 싶은 만큼 햇살이 좋은 날이네요.
얼마 남지 않은 늦가을을 맘껏 느껴보고 싶은 왠지 감성이 풍부했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 예쁜 단풍잎 주워다 책에 끼워두고 코팅 해서 책갈피로도 썼던 아련한 추억이 생각나는 날입니다.

<내게 무해한 사람> 책 표지가 너무 예쁘지 않나요?(개인적인 취향이겠죠~ㅎㅎ)

<쇼코의 미소>이후 2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소설집으로 일곱 편의 중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내게 무해한 사람> 내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

최은영 작가가 "무해한 사람은 곧 내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뉴스페이퍼)

사랑하는 연인이든 일로 잠깐 만나는 사람이든 부모 자식 간이든, 관계라는 끈으로 연결된 이상 서로 '관심'이라는 감정이 생기고, 그 관심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또 받기도 하는 것은 당연히 일어나는 일인 것 같다.

그러니 내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 내가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은 상대가 나에게, 내가 상대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흑백 논리일 수도 있겠지만)

슬프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냥 이것 저것 마음 쓰지 않고 상처 받지 않으면서 서로 편하게 만나는 관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즘 사람과의 관계에서 쉽게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깐~~

이 일곱 편의 소설은 과거를 회상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의 숨겨진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해서 잊고 있었던 그 때 그 감정이 이런 거였구나! 표현할 수 없었던 감정을 글로 담아 내 줘서 너무 좋았다.

일곱 편의 중단편 소설 중 첫 번째 소설 <그 여름>은 열여덟 살의 두 소녀의 두렵고도 애틋한 사랑의 시작과 끝을 담고 있다.

<601,602>는 오빠에게 이유없이 맞는 친구와 그것을 방임하는 친구네 부모님, 대를 이을 아들을 낳기 위해 퇴사까지 해야 하는 엄마,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남녀 차별과 가부장적 사상을 잘 담아내고 있다.

"가스나가 공불 잘하면 뭐에 씁니꺼. 계집아들은 살림 밑천이라 조신하게 있다 돈이나 벌고 시집이나 잘 가면 다행 아닙니꺼. 쓸데없어예. 아 헛꿈 꾸지 말그로 그런 말씀 마시이소."

<지나가는 밤> 은 서로의 성향과 상황에 따른 오해와 상처로 인해 멀어진 자매가 함께 하룻밤을 지내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끝끝내는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는 자매의 이야기다.

<모래로 지은>은 고등학교 3년 내내 천리안이라는 통신 친구로만 지낸 세 남녀가 대학교 1학년 때 정모를 통해 만나면서 우정과 사랑, 그리고 그 감정의 어려움을 담고 있다.

<고백>은 수사가 된 한 남자가 잠깐 사궜던 여자친구 미주의 고등학교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조다.
미주의 여고 동창 주나와 진희,
우정을 키워 나가는 중 진희의 커밍아웃으로 인한 균열,
그리고 진희의 자살,
그 후 두 친구가 겪어야 하는 고통의 시간들,
여자들 간의 심리, 감정들을 잘 표현하여 공감이 많이 간 소설이었다.
"넌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지. 그리고 그럴 수도 없을 거야. 진희와 함께할 때면 미주의 마음에는 그런 식의 안도가 천천히 퍼져 나갔다. 넌 내게 무해한 사람이구나."

<손길>은 22살인 어린 숙모가 입곱살인 조카를 5년 동안 키워주다가 갑자기 말도 없이 떠나버린다.
그렇게 떠난 숙모를 소중히 여겼던 숙모를 이해할 수 없었던 조카가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우연히 숙모와 마주치게 되면서...
숙모의 상처를 이해하게 되는 조카의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아키타에서>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 온 남녀가 아키타에서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면서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그 사랑이란 감정을 인정하기 보다는 필사적으로 부인하는 안타까운 두 청춘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넌 네 삶을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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