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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한때 소중했던 것들

category 추천도서 2018. 12. 4. 09:12
한때 소중했던 것들 / 이기주 산문집

<언어의 온도>로 잠자고 있던 감성을 깨우더니 이번에는 <한때 소중했던 것들>이라는 책으로 우리들 가슴에 감동과 잔잔한 울림을 주네요.

나무로 우거진 숲길을 거닐면 귀로 스며든 소리가 눈과 코와 신체의 여러 기관을 일깨우듯이 이기주님의 책을 읽으면, 숲길을 거닐 듯 천천히 주변도 살피고, 가끔 걸어 온 길도 돌아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여운도 남기면서 나와 나의 주변을 다시 보게 되는 것 같아 좋습니다.

지금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지난날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것들이다

이기주님의 작품을 보면 일상 속에서 그냥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특별하지도 않을 일들 속, 한 장면인데도 작가의 눈에 포착되면 아주 특별하고 의미있는 일이 되어 버리니, 놀랍죠.

그만큼 일상 속 모습과 풍경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통찰력, 그리고 항상 귀와 마음을 열어놓고 있다는 거겠죠.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는 생각이 작가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듭니다.
너무 보기좋고 내 자신를 돌아보면서 반성도 하고 다짐도 합니다.

작가의 어린시절 아버지를 잃은 날 밤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
"기주야, 넌 크게 자라야 한다. 다만 천천히, 제발 천천히 자라다오. 알았지?"

아들만큼은 아무 탈없이 당신 곁에 오래 머물러주기를 바란 어머니의 애절한 바람이었겠죠.

그 어머니의 말 한 마디가 작가의 가슴 속 깊이 새겨지고, 어느새 자신을 버티게 해 주며, 마음 속 그늘을 환하게 비추었으며, 때론 상처를 따뜻하게 감싸준다고 합니다.

살면서 무수히 많은 말을 듣고 또 하면서 우리는 살아갑니다. 그 많은 말들 가운데 자신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며, 희망을 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나의 삶이 달라질 수도 있으며, 반대로 내가 들려준 말 한마디에 상대방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을 거예요. 

말 한마디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어요.

누구나 있다.
가슴 깊이 파고들어 지지 않는 꽃이 된 문장이.
상처를 보듬고 삶의 호기를 달래주는 그 무엇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고, 또 다시 함께 할 시간이 기다려진다면 그 사람과 나는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연인 사이이든, 친구 사이이든, 부모와 자식간이든 내 시간을 아깝다는 생각없이 기꺼이 내어주고도 오히려 행복하다면 사랑이 넘치는 사이인거죠.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고픈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 난 참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교에서는 사람의 인연을 겁이라는 단위로 설명하는데, 모르는 사람끼리 옷깃 한 번 스치려면 전생에서 수백 겁이 쌓여야 하고, 하루 동안 길을 동행하려면 2천 겁, 한 민족으로 태어나려면 4천 겁, 한마을에 태어나려면 5천 겁, 부부의 연을 맺으려면 7천 겁이 전생에 누적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어렵게 만난 인연이니 그것도 소중한 인연이었더라면 그 인연과 헤어짐이 어찌 쉽겠어요.

무언가를 남기고 무언가를 떼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어렵게 만난 인연인만큼 지금 곁에서 나와 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고, 소중히 여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 관계가 인연이든, 악연이든 전생에서 무수히 많은 연을 맺어 현실에서 다시 연을 맺었으니, 보통 연은 아니지 않겠어요?

이기주의 산문집 <한때 소중했던 것들>
우리의 일상 속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을 작가의 꾸준한 관심과 통찰력으로 삶의 특별한 이야기로 만들어 내어 독자들에게 공감과 울림을 선사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마음이 덜 아팠으면, 책의 낱장을 넘기면서 상처의 낱장도 넘길 수 있기를, 책을 집어든 순간만큼은 슬픔을 말려버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합니다.

마음의 위로와 따뜻함을 받은 책입니다.

살아가는 일은 울음을 터트리는 일과 닮았다.
울음은 의도하지 않은 순간, 불쑥 솟구친다.
멈추고 싶다고 해서 쉽게 멈출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살아지는' 혹은 '살아내는' 일도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