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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내 이름은 망고

category 추천도서 2020. 3. 20. 06:00

내 이름은 망고 / 추정경 장편소설

작년 여름 필리핀에서 기후 변화로 망고 수확량이 폭증하여 가격 폭락과 산더미로 쌓인 망고를 썩기 전에 처리해야 하는 문제를 다룬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 딸이 좋아하는 망고, 마트에서는 여전히 비싸던데ㅠ. 한쪽에서는 너무 비싸고 한쪽에서는 너무 싸서 문제라니.

<내 이름은 망고>는 여고생 수아가 캄보디아에서 느닷없이 관광 가이드 역할을 떠맡으면서 겪게되는 이야기를 생동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씩씩한 여고생 수아의 캄보디아 가이드 분투기

일 년 전, 갑작스러운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엄마 손에 끌려 숨쉬기조차 힘든 더운 나라 캄보디아로 오게 된 열일곱 살 수아. 뜻하지 않은 이민과 술고래가 되어 버린 마흔다섯 철부지 엄마까지. 수아는 지긋지긋한 캄보디아도, 철부지 엄마의 정신적 보호자 역할에서도 벗어나고파 아빠가 있는 한국으로 돌아가고만 싶다.

당당하고 씩씩한 수아는 태국에 있는 학교에 다니면서 한국으로 돌아 갈 비행기 표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생활력까지 강한 여고생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사라져버린다. 수아가 밤잠 안 자고 열심히 일해서 모은 500달러까지 들고 돌연 가출해 버린 엄마. 수아는 가출한 엄마를 대신해 닷새 동안 한국 관광객 가이드 일을 떠맡게 된다. 비슷한 또래의 쩜빠도 아픈 엄마를 대신해 현지 가이드 일을 자처한다. 둘은 전에 머리채를 잡고 뒹굴었던만큼 앙숙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여전히 티격태격 눈을 흘기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씩씩하게 해내고, 점점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근데 쟤 튀기 같지 않아?"

".....사실 쩜빠는 어제부로 마사지 가게에서 잘렸어요. 원해 압사라 춤을 추는 학생이라 손힘이 세지 않은 건 당연하고요. 아마 자기 딴에는 빨리 돈을 벌 수 있어서 거기로 갔었나봐요. 여기 아이들은 관광객을 상대하는 일이 아니면 돈 벌기가 어렵거든요. 본인 말로는 압사라 학교 학비 벌려고 한 거라는데, 좀 일찍 그만두게 돼서 돈이 궁해지긴 했죠.

망고와 친구들

수아 곁에는 생동감 있고 활력이 넘치는 친구들이 있다. 한국을 좋아해 늘 한국말이 쓰인 티셔츠를 입고 다니며 수아를 자신의 친구라며 자랑하고 다니는 뚝뚝이(오토바이 뒤에 좌석을 연결한 캄보디아의 교통수단) 운전기사 쏙천, 수아를 망고라고 부르며(캄보디아어로 망고를 뜻하는 '스와이'와 발음이 비슷해서)수아는 싫다며 짜증을 부리지만, 외국 유학을 갔다온 엘리트이면서 외국인 가이드 일을 하는 오지랖이 넓은 이웃집 삼콜 할아버지, 늘 수아와 티격태격하지만 언젠가 한국인 아빠를 만나 압사라 춤을 보여주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쩜빠까지.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수아는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가졌던 편견들이 하나씩 깨지기 시작한다.​


"사람은 한국 사람이어도 여긴 캄보디아, 여기 잘 아는 건 수아 아니고 나다. 캄보디아 사람들도 문화 있어. 싫어하는 거 있고, 안 해야 되는 거 많아. 그런데 한국 사람, 자기 집처럼 하고 다닌다."

"그게 뭐가 어떻다고?"

"한국 사람들 밥 먹을 때 밥알 흘리고 주워 먹지 않아. 우리 주워 먹으면 이상하게 바라본다."

"당연하지, 흘린 건데 더럽게..."

"캄보디아에서 쌀은 인간을 도와주는 신이야. 함부로 다루면 다음번에 가난하게 태어난다. 그리고 우리 나라 사람들, 사원에서 모자를 머리에 쓰지 않아. 다음 생에 대머리 태어난다고 믿어."

"그런 건 너희 나라 미신이지, 유리가 목숨 걸고 지킬 필요는 없잖아."

"여기 캄보디아다. 한국 아니야."

"할아버지 말에 따르면 캄보디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두 가지 아수라가 산대요. 하나는 배움에 대한 불신의 아수라, 또 하나는 학교에 대한 공포의 아수라."

"그래도 배워야 한대요. 한국 사람들처럼 열심히 공부해야 발전할 수 있고, 다른 힘에 지배당하지 않을 수 있대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일 달러를 쥐여 주는 것보다 교육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학교에 기부하거나 작은 공책이라도 선물하는 게 더 좋은 일이래요."

유적지를 지날 때마다 적선하듯 사탕을 집어 던지는 무개념 빨간 버스는 결국 내 손에 붙잡혔다.(......) 주려면 곱게, 매너 있게, 흙이 아닌 사랑을 묻혀서 주라고, 늬 집 강아지 밥 주듯 먹을 걸 던져서 되겠느냐고 따졌다.

망고와 가족

캄보디아는 수아네 가족에게 특별한 곳이다. 삼 년 전 수아네 가족이 여행왔었던, 행복한 기억과 추억이 있는 곳이다. 수아는 한국인 여행객을 가이드 하면서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앙코르 와트에서는 '단 한 번 보고 모든 것을 다 봤다고 믿진 말라고, 언제나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말씀하시던 아빠가 생각나고, 바이욘 사원에서는 바이욘의 미소를 보며 아빠와 석상의 표정에 대해서 나눴던 대화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원망하고 미워한 철부지 엄마에 대한 생각도 가이드 일을 하면서 조금씩 바뀌게 된다. 엄마도 자신의 일에 노력하고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엄마가 왜 낯선 캄보디아로 자신을 데리고 왔는지, 엄마가 왜 그렇게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어 했는지,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도 알게 되는 수아다.

방을 둘러보다 구석에 놓여 있는 두꺼운 고객 파일에 눈이 갔다. 조심스레 파일을 펼쳐 보니, 거기엔 지난 일 년 동안 엄마가 맡았던 손님들의 명단과 각종 서류, 안내문, 티켓, 사진 들이 꼼꼼히 정리 되어 있었다. 고객의 식성, 좋아하는 일정, 하다못해 누가 감기 기운이 있었는지 하는 사소한 것까지도, 엄마도......열심이었던 모양이다.

"지옥 아줌마, 늘 말했다. 자기가 수아 손을 잡아서 미안하다고......"

내 이름은 망고

당차고 씩씩한 망고는 '싸움 망고'라는 새로운 별명 하나를 추가로 얻고, 쏙천은 뚝뚝이 운전 일을 그만두고, 학교에 다닌다. 엄마와 나는 그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그것이 최선이었음을 알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삼콜 할배의 옆자리에 슬쩍 앉을만큼 마음의 문을 열게 된 수아, 그런 수아 곁에는 활짝 웃고 있는 쩜빠가 있다.

이제 그만 이 습하고 덥기만 한 나라와, 다크서클과 기미 주근깨로 도배한 얼굴과 이별하고도 싶지만, 이제 겨우 새로운 문 하나를 연 거니까.

" 아 - 나는 지금의 내가 막 좋아지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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