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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category 추천도서 2019. 8. 28. 15:07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 이경혜

밖에 마침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왠지 책 표지 그림 속에서도 비가 내리고 있는 것 같다. 비에 꽃잎이 떨어지고, 그 꽃잎이 떠난 이의 흔적을 덮어준다. 덩그러니 추억만 남긴채.

중학교 3학년 유미는 얼마전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재준이의 일기장을 재준이 엄마의 부탁으로 읽게 된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라는 섬뜩한 글로 시작되는 일기장이기에 재준이 엄마는 혹시나 하나 두려움에 가장 친했던 유미에게 먼저 읽기를 부탁한다. 내가 알던 재준이는 그럴 애가 아닌데...유미도 쉽게 일기장을 펼칠 수가 없다. 용기를 내어 읽기 시작한 일기장에는 걱정이 무색할 만큼 아주 평범한 중학생의 일상이 담겨져 있다. 재준은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을 하고 일종의 놀이처럼 일기장에 자신의 생각을 써내려간 것이다.

유미는 소위 문제아로 불리는 아이다. 전학을 와서 친구도 없이 외롭게 지내다가, 어느 날 선생님의 지적에 당당히 맞선 유미의 매력에 소심하고 평범한 재준이가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지만, 서로 짝사랑하던 아이들에게 한 고백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서로를 위로하며, 기차 여행도 가고, 선물도 주고 받으며, 친한 친구가 된다. 함께 지내며 많은 추억을 쌓았던 한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곁을 떠나 영원히 볼 수 없게 되었으니, 그 충격과 슬픔은 말할 수가 없다.

재준이의 일기장을 읽으면서 재준이가 짝사랑 한 여학생를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는 것, 공부에 대한 고민, 엄마에 대한 연민과 동시에 부담감, 아빠에 대한 미움과 억압에 대한 갑갑함, 자신의 신체와 성격에 대한 불만, 오토바이를 타게 된 이유 등 재준이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재준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재준이와의 우정을 더듬으며, 아픈 만큼 성숙하다는 말처럼 유미는 한뼘 더 자라있다.

어이없지, 재준아? 나 역시 오늘 살아 있다고 해서 내일도 살아 있을 거라고 말할 수 있니? 죽음과는 한 끗도 닿지 않을 것 같았던 네가 그렇게 어이없게 저 세상으로 가다니...너는 정말 소년답게, 열여섯 소년답게 그렇게 살다 갔구나. 사랑도 품었고, 고민도 하고, 방황도 하고, 열등감에도 시달리고, 그러면서도 꿈을 품고, 그리고 우정도 쌓았고...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는 십대들의 평범한 일상에서부터 학교 안의 선생님, 집 안의 부모까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 책이다. 성적만을 중요시하는 선생님과 부모, 문제아로 낙인찍는 어른들, 사랑과 우정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부모, 휴대폰 요금이 많이 나왔다고 뺨부터 때리는 아빠.

청소년들이 우리 어른들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우리는 아이들을 어리게만 본다. 보살펴주고 가르쳐줘야 하는, 올바르고 곧은 길로 나갈 수 있게 이끌어줘야하는 어린 아이들로 생각한다. 그들은 동등한 인간으로 바라봐주길 원한다. 훈육이 아닌 이해와 공감을 원한다. 2학년 담임은 인격을 무시하고 권위적이라 아이들이 싫어한다. 3학년 담임은 텅 비어 있는 듯한, 인간적으로 보이는 담임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자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선생님과 학생, 어른과 학생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서 있기에 아이들이 존경하고 좋아한다.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인정하고 사랑해줘야한다.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대로 아이를 바꾸려고 하면 안 된다. 중학생이란 건 모든 가능성을 품은 씨앗 같은 시기일 뿐, 아직은 아무것도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는 때가 아닌가. 맞다. 우리 어른들은 믿고 기다려줘야한다. 나부터, 오늘부터 우리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줘야겠다. 잘 될지 모르겠지만...

유미야, 나는 기본적으로 어른이 해서 나쁜 짓이 아니라면 아이가 해서도 나쁜 짓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해서 나쁜 짓이라면 그건 어른이 해도 나쁜 짓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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