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도서] 망원동 브라더스

category 추천도서 2021. 7. 26. 06:00

연체된 인생들, 찌질한 네 남자가

코딱지만 한 망원동 옥탑방에서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망원동 브라더스 / 김호연 장편소설


짧은 장마가 끝나고 찾아온 무더위.

장마가 끝났으니(또 한차례 더 있을거라는 기상예보가 있지만) 더울거라고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니 몸이 너무 지친다.

유독 더위에 약한 나인지라 또 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그래도 봄이 가고 여름이 왔듯, 이 여름도 언젠가는 가고 시원한 가을이 오나니.

가을을 기다리며 오늘도 더위와 함께 하루를 살아간다.

우연히 알게된 김호연 작가의 <망원동 브라더스>
유쾌해서 좋았다.
이 더위에 짜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좋았다.
20대에서 50대까지 세대별 우리네 삶 이야기여서 공감도 가고 적당한 재미와 적당한 감동에 술술 잘 읽혀졌다.(특히 남자라면 더 공감이 갈 듯.)

"네 명의 남자는 나란히 해변에 서서 말없이 바다를 비라본다. 연고도 나이도 다른 네 명의 남자가 서울 한구석 옥탑방에서 만나 여기까지 동행해와 해를 바라본다. 옥탑방에서 보던 그 해와 별다를 바도 없다. 근데 뭉클하다. 지난 몇 개월, 함께 먹고 자다시피 한 이 빈대 기생충 바퀴벌레들.....같지만, 사실은 '입구멍'이라는 식구. 그동안 이들을 미워하고 똥했던 내 소갈머리는 뜨거운 태양에 소독되고 시원한 파도에 세탁되고 있다."

35세 무명 만화가, 현재는 일감이 없는 사실상 백수인 '나'는 망원동 8평 옥탑방에서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무더운 여름날, 20대 만년 고시생 '삼척동자', 40대 기러기 아빠 '김부장', 황혼 이혼남 '싸부'까지
뜻하지 않은 네 남자와의 동거가 시작된다.

어느새 백수들의 놀이터가 된 나의 옥탑방. 어쩌다 일이 그렇게까지 됐을까. 더 이상 고요한 옥탑의 아침은 사라지고 없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일제의 침략에 점령된 뒤 겪은 식민지 백성의 슬픔이 이러했을 터. 실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세대별 루저들이 모인 이 좁은 옥탑방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궁상맞은 네 남자지만 밉지 않고 사랑스럽다.

저마다 지금은 루저지만 포기하지 않고 재기를 위해 도전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응원을 보내게 된다.

같은 공간에서 살면서 지지고 볶으면서 서로 미워하고 이해하며 격려하고 용기를 주면서 함께 여행도 가고 우정도 다지는 네 명의 망원동 브라더스.

그들의 일상에서 지금의 청년들과 가장, 노년들의 무거운 어깨가 느껴진다.

그들에게 이 <망원동 브라더스>가 위로와 격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유쾌하고 재밌게 그려낸 이야기 속에서 잔잔한 감동과 희망을 준 <망원동 브라더스>

---------------------------------------------------------------

"
그럴 수밖에. 이놈의 세상. 안간힘 쓰는 저 사람 하나 도와주지 않는다. 그저 스스로 훌훌 털고 일어나길 바랄 수밖에."

"주변의 많은 사람이 다 지면서 살고 있다. 지면서도 산다. 어쩌면 그게 삶의 숭고함일지도 모르겠다."

"새로울 것 없는 세상과 새로울 것 없는 삶을 사는 우리. 그걸 용인하며 늙어가는 거다. 당연한 듯 주어진 삶. 오히려 그게 다행인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