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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바깥은 여름

category 추천도서 2018. 9. 11. 10:56

바깥은 여름 / 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이라는 작품으로 김애란 작가를 알게 되었다. 마음을 울렸던 애잔했던 작품으로 눈물, 콧물 흘리면서 읽었던 책다.

김애란 작가님이 쓰신 작품이라 고민없이 집어 든 「바깥은 여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바깥은 여름」은 7편의 단편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바깥은 여름」 작품에 수록된 7편의 단편, 전체적으로 어둡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제일 먼저 나오는 <입동>이라는 작품은 아이를 사고로 잃어버린 젊은부부의 이야기이다. 아이를 잃어고 살아가는 일상이 온전할 수가 있겠는가?

당신은 타인의 아픔을 얼마만큼, 언제까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을 가져보게 되는 작품이다.

나의 아픔이 아닌 이상 언젠가는 잊혀지고 무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대구 지하철 참사나 세월호, 정말 가슴 아프고 원통한 일이지만 시간이 가고 세월이 가면서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는 것처럼...

자식을 잃어버리고 살아 갈 부부, 평생 놓을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야 하는 그들이 삶이 안타깝고 애잔하여 코끝이 시리고 가슴에 무언가가 걸린 느낌이다. 

"우리는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탄식과 안타까움을 표한 이웃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기 시작했는지. 그들은 마치 거대한 불행에 감염되기라도 할 듯 우리를 피하고 수군거렸다. 그래서 흰 꽃이 무더기로 그려진 벽지 아래 쪼그려앉은 아내를 보고 있자니, 아내가 동네 사람들로부터 '꽃매'를 맞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많은 이들이 '내가 이만큼 울어줬으니 너는 이제 그만 울라'며 줄기 긴 꽃으로 아내를 채찍질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

-다른 사람들은 몰라.

<노찬성과 에반> 단편은 아버지를 여의고 할머니랑 사는 찬성이가 어느 날 우연히 사람에게서 버려진 늙은 개 에반을 만나 같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늙은 개 에반과 살면서 찬성이는 에반이 자신을 지켜주듯이 자신도 에반을 지켜줘야겠다는 책임을 느끼게 된다.

어느 날 에반의 몸에 이상 징후가 생겨 동물병원을 찾은 찬성은 에반이 암에 걸렸다는 수술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하지만 노견이라 수술이 더 안 좋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면서 안락사도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고 한다.

찬성이는 그때부터 에반의 안락사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안락사비 십일만사천원을 벌지만, 야금야금 그 돈을 자신의 휴대폰에 써 버려 육만칠천원 밖에 없다.

그러자 찬성은 안락사 할 자신의 생각이 처음부터 잘못 생각한 것이라고 에반의 죽음을 거드는 것보다 에반이 살아 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좋은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 의미 있게 보낼 시간을 에반이 기다려 줄 수 있을까?

과연 찬성이의 생각이 맞는것인지? 돈을 써 버린 자기 합리화는 아닌 것인지?

처음 계획했던 일이 자신의 부주의나 실수로 어긋나 버리면 당신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는가? 아니면 처음 생각하고 계획했던 것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 차라리 지금이라도 어긋나 다행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합리화하고 용서하는가?

찬성이가 처음 배우게 되는 책임감과 약속 그리고 용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항상 따라다니는 무거운 이 존재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불리울지 각자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할머니, 용서가 뭐야?

없던 일로 하자는 거야?

 아님, 잊어달라는 거야?

-그냥 한번 봐달라는 거야."

마지막으로 <가리는 손> 단편은 십대 아이들과 노인과의 실랑이 끝에 노인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의 목격자인 아들 '재이'의 이야기이다.

재이는 아빠가 동남아 사람으로 지금은 이혼하여 엄마랑 사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이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편견을 받고 있는 재이를 엄마는 늘 안타까워하고 조심스러한다.

사건도 단순한 목격자일 뿐인데 다문화 가정의 아이라는 이유로 주동자라는 소문이 떠돈다.

그런 소문과 편견에 둘러싸여 있어도 천진하고 순수하다고 믿었던 아들 재이의 얼굴에서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재이가 눈을 감고 슬며시 미소짓는다. 그런데 그걸 본 순간 내 속에서 짧은 탄식이 터져나온다. 웃음 고인 아이 입매를 보자 목울대가 매캐해지며 얼굴에 피가 몰린다. 불현듯 저 손, 동영상에서 나온 손, 뼈마디가 굵어진 손으로 재이가 황급히 가린 게 비명이 아니라 웃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말 그렇다면 그동안 내가 재이에게 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믿었던 사람, 내가 생각했던 모습이 아닌 뜻밖의 표정, 행동을 봤을 때혹감, 그 후 어떻게 대해야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사람은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선과 악 모두들 가지고 있지만 그 둘 모두를 제대로 보는 이는 없다.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고, 때로는 편견 때문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재이 엄마도 자신의 아들에게서 자신이 보고 싶은 부분만 골라 봤기 때문에 재이가 그동안 다문화 가정의 아이라는 이유로 엄마가 모르는 더 많은 고통을 받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 어두운 면을 엄마는 눈을 가려 보지 않으려 했고 아들 재이는 얼굴을 가려 엄마에게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

엄마가 가리고 있는 손과 재이가 가리고 있는 손을 치우고 서로를 보게 될 때 어두운 면이 조금씩 사라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