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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인생우화

category 추천도서 2018. 12. 13. 12:50
인생우화 / 류시화

류시화 작가하면 제일 먼저 '인도'가 떠 오르는데요.
인도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기> <지구별 여행자>를 재밌게 본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는 우화집으로 우리를 찾아왔는데요. 폴란드 작은 마을 헤움을 배경으로 전해지는 우화들을 바탕으로 삼아 재창착한 우화들과, 그 이야기들에서 영감을 얻어 류시화 작가가 창착한 우화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인생우화>에는 총 45편의 우화들이 담겨져 있어요. 우화란 인격화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를 말하는데 <인생우화>에는 동식물이 아닌 헤움 마을 사람들의 행동과 말을 통해서 재미, 풍자, 교훈을 전해주고 있어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

어느 날, 신이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는데 지혜로운 사람들은 줄고, 어리석은 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걱정한 신은 두 명의 천사를 부릅니다.

첫 번째 천사에게는 지상에 내려가 지혜로운 영혼들을 모두 모아 마을과 도시에 골고루 떨어뜨리라고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천사에게는 지상에서 어리석은 영혼들을 모두 자루에 담아 데려와서 지혜로운 영혼으로 바로잡아 다시 세상에 내려보낼 계획을 세웁니다.

첫 번째 천사는 임무를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두 번째 천사는 어느 곳을 가든 어리석은 영혼들이 셀 수 없이 많아 자루에 넣으려고 하면 저항하며 발버둥을 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습니다.

자루가 가득 차자 천사는 지체없이 신이 있는 곳으로 날아올랐지만, 거대한 자루를 메고 하늘을 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자루의 무게 때문에 천사는 날개의 통제력을 잃고 휘청거렸으며, 키 큰 소나무의 뾰족한 솔잎에 찔려 자루 밑이 찢어져서 어리석은 영혼들이 산 아래 마을로 굴러떨어지게 되고, 이렇게 해서 세상의 바보들이 한 장소에 모여 살게 되었으니, 이 곳이 바로 '헤움 마을'입니다.

그러나 헤움 마을 바보들은 예상과 달리 조화로운 공동체를 이루며, 문제가 있을 때마다 서로의 비슷한 지혜로 해답을 찾아나가며, 자신들이 사는 곳을 '현자들의 마을'이라 부르며, 자신들 중에서도 더 지혜로운 현자 일곱 명을 뽑아 의회를 구성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의회에 요청했으며, 일곱 현자는 7일 동안 심사숙고한 끝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헤움사람들을 보면서 때론 정말 어리석음에 어이가 없고, 때론 정말 지혜로운 문제해결에 놀랍기도 하면서 정녕 우리가 그들을 바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어요.

그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와 문제 해결 방식이 지금 우리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습들에 비춰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단추 한 개> 이야기는 물장수 페이사흐는 아내 파이가와 함께 다섯 자녀를 데리고 아주 작은 뜰이 딸린 아주 작은 집에서 살지만, 그들 가족은 전혀 가난하다고 느끼지 않으며, 온갖 재미를 누리며 행복하게 삽니다.
그러던 어느날, 여분의 돈이 생겨 작년에 페이사흐의 셔츠에서 떨어져 나간 단추 한 개를 사기 위해 가족들과 자모시치에 가게 됩니다.
가족은 좋은 옷가게를 발견하고 단추를 사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자, 점원이 단추만 바꾸면 이상할 거라면 새 셔츠를 권하고, 낡은 바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새 바지를 권하고, 가족 전체가 그들의 가장에 비해 누추하다는 이유로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새 옷을 권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옷 값을 지불할 돈이 없는 가족들은 다시 새 옷을 벗고, 처음부터 사려고 했던 단추만 사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들 가족은 그 새 옷을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고 후회하면서 각자 좌절과 실망 속에서 허우적 되죠.
페이사흐는 이 모든 것이 단추 한 개 때문이라 생각하고 단추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단추를 밖에 버리죠.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신이 선다면 과감해질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없는 돈으로 새 단추를 샀지만, 그것으로 인해 더 소중한 것을 잃게 된다면, 포기하고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우리가 살면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포기할 일이 수없이 많을 거예요.
그럴 땐 좀 과감해 질 필요가 있어요. 우물쭈물하다보면 다 잃을 수도 있으니깐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위기 대처법> 이야기는 헤움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에 홍수가 나서 위기에 빠진 사람들이 의회를 소집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 때 베렉이 어쩌면 이 환경이 축복을 불러올지도 모른다고...
"많은 물이 갑자기 밀려오고 있긴 합니다만, 물이 없어 갈증으로 죽어 가고 농사조차 짓지 못하는 다른 지역들을 생각해 보세요. 그곳 사람들에 비하면 우리는 신의 축복을 누리는 겁니다."
(묘한 설득력이 있죠.)

그래서 '위기'라는 단어의 사용을 금지하기로 하고, 대신 '축복받은 환경'으로 부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기뻐합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또 다른 이야기 <하늘에서 내리는 나무>를 보면, 가뭄으로 인한 극심한 물 부족 문제가 닥쳤을 때 '나무'를 '물'이라 부르자는 엉뚱한 해결책을 내 놓으면서 그들은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믿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현실 도피, 말 장난 같이 느껴지는 이 이야기에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진 않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류시화의 <인생우화>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다고 믿는 '바보들의 마을, 헤움'에서 일어난 기발하고 엉뚱한 일들 속에서 세상에 대한 유쾌한 풍자와 해학이 담겨져 있습니다.

바보들의 인생에서 배울점도 많고 다시 생각해 볼 우리에게 일침을 가한 이야기도 담겨져 있죠.

작가의 이야기마다 숨겨놓은 의미들을 다 찾을 순 없었지만 내 나름대로의 해석과 이해로 나의 인생 우화로 남겨졌습니다.


"나는 때때로 이런 우화를 쓰고 싶었다. 내가 몸담고 살아가는 세상의 엉뚱한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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