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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짧은소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김금희 작가의 책은 <나는 그것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가 처음입니다.
중학교 때 제가 좋아했던 국어 선생님 성함이 '금희'여서 반가움, 그리움에 끌려 읽게 되었어요.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나네요~


작가 소개글에서 "하루를 살면서 무언가 흥미로운 풍경이나 사람들을 보면 그것이 주었던 아주 먼지같이 사소한 기미들도 기억하겠다" 는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남았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는 우리가 겪었던 지금 겪고 있는 사소한 일상을 작가만의 색으로 이야기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책인 것 같아요.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는 '원피스를 돌려줘'를 시작으로 마지막 '성탄 인사'까지 모두19편의 짧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요.

사랑, 이별, 우정, 청춘, 노동, 행복 등 우리의 다양한 삶을 이야기하면서 여러 감정들을 마주하게 해 주는 소설입니다.

글과 함께 나오는 일러스트도 매우 좋네요.
읽는 즐거움과 함께 보는 즐거움까지~~

유독 대학 시절의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풋풋했던(?)나의 대학 때를 생각하며, '그래 그 땐 그랬었지.' 하며 추억에 젖어들게 만드네요.

<규카쓰를 먹을래>는 대학 동아리에서부터 '영 자매'라고 불린 희영, 소영, 한영 세 여자의 이야기로 여자 친구들 사이에서의 예민한 감정선을 다룬 작품으로 같은 여자로서 공감이 많이 간 이야기였어요.

대학땐 '희소한 영 자매'라 불리고, 불러주는 것을 좋아할만큼 특별하고 애정이 넘친 세 친구들이 졸업을 하고 각자 사회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그 관계에 틈이 생기고 삐거덕 거리기 시작하죠.

서른살이 된 기념으로 떠난 일본 여행에서도 의견 충돌과 함께 셋의 감정이 어긋납니다.

하지만 그동안 쌓아왔던 셋의 애정과 우정으로 "규카쓰 먹을까"라는 한마디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자들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으면 친구라는 존재를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신랑이랑 아이에게 관심을 다 쏟다보니 친구라는 소중한 존재를 잊어버리고 사는거죠. 그러다가 아기가 어느정도 크고, 이제 한숨 돌리면서 '아~친구들!' 생각날 때 그 때는 친구들이 떠나버리고 없는거죠.

곁에 있을 때 그 소중함을 알고 지켜나가야 될 것 같아요. 모든 것이...

《다행히 셋은 그런 일이 있더라도 어느 밤 불쑥 만나 한강을 향해 걷는다거나, 대학 시절부터 다녔던 식당을 간다거나, 이제는 찍는 사람도 별로 없는 스티커 사진 부스에서 시간을 보낸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허물었다. 하지만 그렇게 이 특별하고 희소한 우정을 유지하려 해도 솔직히 늙고 있는 느낌이었다. 사람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마음도 그렇게 시간에 의해 변형된다는 것이 나이가 들수록 실감이 났다.》

<우리가 헤이, 라고 부를 때> 이야기는 너무 좋은 문장이 많아서 옮겨 적어 봅니다.

《글을 쓴다고 한다면 써야 하는 이유와 목적에 대해 지루하게 설명하다가 결국 본론에는 이르지 못하는 사람, 이제 달리기를 해야 하는데 출발선 앞에서 운동화 끈을 꼼꼼하게 매다가 탕 하는 출발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 전주가 긴 노래를 선택해 지루해진 부장이 야 그거 끄고 다음으로 돌려, 하는 바람에 마이크로 한 소절 부르지도 못하는 사람, 선배의 모든 것은 너무 늦거나 아니면 이른 지점에만 머물렀다.》

(윤석 선배라는 사람을 표현해 놓은 문장이 정말 감탄스러워요. 정말 작가님을 좋아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대체 지하철의 이 빈 공간들이 어떻게 지상의 압력을 견디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 빈 공간이 견디는 것이 아니라 지상이 빈 공간을 견디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견디고 있어야 이 도시라는 일상의 세계가 유지되는 것이고, 각별히 애정한, 마음을 준 누군가 우리 일상에서 빠져나갔을 때, 고통이 상대와 유리된 오로지 내 것이 되면서 상실감을 견녀내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상대 역시 견뎌야 완전한 이별이 가능한 것처럼.》

"선배 그때 김 강사가 수업 안 들어왔던 거 기억해?"
"당연하지,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지금까지."

<춤을 추며 말없이>는 한때 부모님이 중국 사업으로 할아버지 손에서 자란 손자가 크리스마스날 할아버지께 선물한 인공지능 로봇과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후 그 로봇을 통해 할아버지를 회상하는 손자의 모습이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입니다.

《당신이 돌아와 대문을 닫으면 더 이상 그것을 밀고 들어올 누구도 없었다는 것, 열릴 리가 없다는 것. 그건 젊은 내가 자취방에서 경험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단절감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했을까, 며칠에 한 번씩 웃었을까, 혹은 울었을까, 누구를 그리워했을까, 혹시 나를.》

《어떤 하루를 보냈느냐에 따라 그 동작에 대한 나의 해석들은 비관적이었다가 좀 나았다가, 따뜻했다가 차가웠다가 하는 식으로 달라졌지만 그때마다 믿게 되는 건 그렇게 말없이 춤을 춰보는 어느 밤이 그래도 할아버지와 소년에게 있었으리라는 사실이었다.》

한 편 한 편 읽으면서 추억 속으로 많이 갔다왔네요.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노트를 옆에 두고 긁적이면서 읽었어요.

김금희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리라 결심하게 된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였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나빠지지는 않으려고."
"그래, 나빠지면 안 되지. 그거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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