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김려령 장편소설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이 소설은 열네살 '천지'라는 평범한 아이의 자살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천지는 마트에서 일하는 가장이면서 엄마인 '현숙'과 두 살 위인 언니 '만지'와 함께 부유하지는 않지만 화목했다. 천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날에도 세 식구가 함께 아침을 먹으면서 그 나이대 아이들이 흔히 하는 갖고 싶은 물건을 사 달라고 떼 쓰는 것처럼 천지도 미리 생일 선물로 최신형 엠피쓰리를 사 달라고 엄마한테 조르고, 엄마는 전세금 때문에 조금만 기다리라며, 옥신각신 한 지극히 평범한 아침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날 천지는 자신이 뜨개질 한 붉은 털실로 세상에서 자신을 지워버렸다.
언니 '만지'는 동생 '천지'의 자살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날 아침에 엠피쓰리를 사 달라고 떼 쓴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동생 '천지'는 엠피쓰리에 관심도 없을뿐더라 떼를 써 엄마를 힘들게 할 아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언니 '만지'는 동생이 남기고 흔적을 좇으며 천지를 자살에 이르게 한 원인을 찾기 시작한다.
천지의 흔적을 좇으면서 하나씩 천지와 관련된 주변 인물들이 등장한다. 천지와 가장 가까웠던 친구 '화연', 그냥 알고 지내는 친구 중의 한명인 '미라', 도서관에서 알게 된 아저씨 '추상박'...그들과 '천지'와의 관계,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가장 친한 친구라 생각했던 '화연'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천지'를 이용했고, 어쭙잖게 도와준다고 한 말에 더 상처를 입게 한 '미라', 가족보다 어떤면에서는 '천지'를 더 잘 알고 있는 '추상박 아저씨'
가족이면서 남보다 동생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만지는 힘들어하고 동생 천지에게 미안하다.
그러던 중 만지는 천지가 남기고 간 편지를 발견한다.
항상 부러웠던 우리 언니.
내가 멀리 떠나도 잊으면 안 돼, 사랑해, 언니.
다섯 개의 봉인 실 중 그 두 번째.
나머지 네 개는 누구 손에 있을까. 천지가 그들에게 남기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언니 만지는 나머지 봉인 실을 찾아 나선다.
"잘 지내니?"
<우아한 거짓말> 속 이야기는 저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도 중학생 때 생을 놓을 생각을 가졌지만, 이모의 진심이 담긴 평범한 안부 인사가 그녀를 죽음에서 구해주었다고 한다.
너밖에 없다는, 사랑한다는, 모두 너를 위해서라는 우아한 말이 아닌, 진심이 담긴 저 평범한 안부 인사가 준비해두었던 두꺼운 줄로부터 나를 지켜준 것입니다. 중학생 때겠지요.
같은 말에 진심이 담겨져 있고 없고의 차이에 따라 상대와의 삶에 확연한 차이를 둔다. 말이라는 것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천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진심어린 말 한마디를 해 준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천지'가 과연 죽음을 택했을까. 천지는 끝까지 마지막 그 순간까지 누군가가 자기를 잡아주었으면, 말려주었으면 했다. 진정으로 자신의 고민을 알아주고, 들어주고, 위로해 줄 사람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만지가 현관문을 막 열었을 때, 엄마가 다급하게 계단을 올라왔다. 천지는 안방 문 경첩에 걸린 붉은 줄을 꼭 쥔 채 의자에 올라서 있었다.
"멈춰!"
"천지야!"
만지가 의자를 밟고 올라가 줄을 빼앗았다. 그리고 천지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엄마가 달려와 천지를 꼭 안았다.
"엄마, 언니...."
"잘했다, 내 딸.... 잘 기다렸어. 잘 참아줘서 고맙다."
(생략)
그랬습니다. 그 순간에도 그런 꿈을 꾸었습니다.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내 몸에, 겁이 났습니다.
점점 흐려지는 세상이 무서웠습니다.
미안합니다. 이제, 갑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우아한 거짓말>이었다. 가족, 친구, 선생님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내 자신의 의지로 어쩔 수 없을 때 주변인들의 도움이 절실할 때, 함께 아파하고 함께 위로하고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무섭지 않을텐데... 그 한 명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에 반성하게 된다. 깨닫게 된다. 내가 그 한 명이 되도록 지금부터라도 애쓰겠다고 다짐해본다.
"조잡한 말이 뭉쳐 사람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혹시 예비 살인자는 아닙니까?" p23
"말로 비수 푹 꽂아놓고, 아니야? 그럼 말고. 그거 사람 잡는 거야. 너는 취소했다고 하면 끝이겠지만, 비수 뽑은 자리에 남은 상처는 어떻게 할래?" p33
"사과하실 거면 하지 마세요. 말로 하는 사과요. 용서가 가능할 때 하는 겁니다. 받을 수 없는 사과를 받으면 억장에 꽂힙니다. 더군다나 상대가 사과받을 생각이 전혀 없는데 일방적으로 하는 사과, 그거 저 숨을 구멍 슬쩍 파놓고 장난치는 거예요. 나는 사과했어. 그 여자가 안 받았지. 너무 비열하지 않나요?" p210
"잘 지내고 계시지요?"
시간을 파는 상점, 위저드 베이커리,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등 요즘 청소년 성장소설을 하나씩 읽어가는 재미에 빠져있다. 우아한 거짓말도 그 중 하나로 읽게 되었다. <우아한 거짓말>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인기 있었던 '완득이'의 저자 김려령 작가가 쓴 소설이다. 나도 영화로 재미있게 봤었다. 이 <우아한 거짓말>도 2014년도에 영화로 상영했었는데 난 보지 못했다. 만약 영화로 봤다면 보는 내내 울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을 훌쩍였는지 모른다. 가슴 아리고 아린 소설이다. 이 소설은 청소년의 자살과 왕따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 교사 우리 모두가 읽어야 되는 책이다. 읽어보기를 정말 잘 한 것 같다. 청소년 성장 소설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이 소설은 열네살 '천지'라는 평범한 아이의 자살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천지는 마트에서 일하는 가장이면서 엄마인 '현숙'과 두 살 위인 언니 '만지'와 함께 부유하지는 않지만 화목했다. 천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날에도 세 식구가 함께 아침을 먹으면서 그 나이대 아이들이 흔히 하는 갖고 싶은 물건을 사 달라고 떼 쓰는 것처럼 천지도 미리 생일 선물로 최신형 엠피쓰리를 사 달라고 엄마한테 조르고, 엄마는 전세금 때문에 조금만 기다리라며, 옥신각신 한 지극히 평범한 아침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날 천지는 자신이 뜨개질 한 붉은 털실로 세상에서 자신을 지워버렸다.
언니 '만지'는 동생 '천지'의 자살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날 아침에 엠피쓰리를 사 달라고 떼 쓴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동생 '천지'는 엠피쓰리에 관심도 없을뿐더라 떼를 써 엄마를 힘들게 할 아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언니 '만지'는 동생이 남기고 흔적을 좇으며 천지를 자살에 이르게 한 원인을 찾기 시작한다.
천지의 흔적을 좇으면서 하나씩 천지와 관련된 주변 인물들이 등장한다. 천지와 가장 가까웠던 친구 '화연', 그냥 알고 지내는 친구 중의 한명인 '미라', 도서관에서 알게 된 아저씨 '추상박'...그들과 '천지'와의 관계,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가장 친한 친구라 생각했던 '화연'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천지'를 이용했고, 어쭙잖게 도와준다고 한 말에 더 상처를 입게 한 '미라', 가족보다 어떤면에서는 '천지'를 더 잘 알고 있는 '추상박 아저씨'
가족이면서 남보다 동생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만지는 힘들어하고 동생 천지에게 미안하다.
그러던 중 만지는 천지가 남기고 간 편지를 발견한다.
항상 부러웠던 우리 언니.
내가 멀리 떠나도 잊으면 안 돼, 사랑해, 언니.
다섯 개의 봉인 실 중 그 두 번째.
나머지 네 개는 누구 손에 있을까. 천지가 그들에게 남기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언니 만지는 나머지 봉인 실을 찾아 나선다.
"잘 지내니?"
<우아한 거짓말> 속 이야기는 저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도 중학생 때 생을 놓을 생각을 가졌지만, 이모의 진심이 담긴 평범한 안부 인사가 그녀를 죽음에서 구해주었다고 한다.
너밖에 없다는, 사랑한다는, 모두 너를 위해서라는 우아한 말이 아닌, 진심이 담긴 저 평범한 안부 인사가 준비해두었던 두꺼운 줄로부터 나를 지켜준 것입니다. 중학생 때겠지요.
같은 말에 진심이 담겨져 있고 없고의 차이에 따라 상대와의 삶에 확연한 차이를 둔다. 말이라는 것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천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진심어린 말 한마디를 해 준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천지'가 과연 죽음을 택했을까. 천지는 끝까지 마지막 그 순간까지 누군가가 자기를 잡아주었으면, 말려주었으면 했다. 진정으로 자신의 고민을 알아주고, 들어주고, 위로해 줄 사람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만지가 현관문을 막 열었을 때, 엄마가 다급하게 계단을 올라왔다. 천지는 안방 문 경첩에 걸린 붉은 줄을 꼭 쥔 채 의자에 올라서 있었다.
"멈춰!"
"천지야!"
만지가 의자를 밟고 올라가 줄을 빼앗았다. 그리고 천지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엄마가 달려와 천지를 꼭 안았다.
"엄마, 언니...."
"잘했다, 내 딸.... 잘 기다렸어. 잘 참아줘서 고맙다."
(생략)
그랬습니다. 그 순간에도 그런 꿈을 꾸었습니다.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내 몸에, 겁이 났습니다.
점점 흐려지는 세상이 무서웠습니다.
미안합니다. 이제, 갑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우아한 거짓말>이었다. 가족, 친구, 선생님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내 자신의 의지로 어쩔 수 없을 때 주변인들의 도움이 절실할 때, 함께 아파하고 함께 위로하고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무섭지 않을텐데... 그 한 명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에 반성하게 된다. 깨닫게 된다. 내가 그 한 명이 되도록 지금부터라도 애쓰겠다고 다짐해본다.
"조잡한 말이 뭉쳐 사람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혹시 예비 살인자는 아닙니까?" p23
"말로 비수 푹 꽂아놓고, 아니야? 그럼 말고. 그거 사람 잡는 거야. 너는 취소했다고 하면 끝이겠지만, 비수 뽑은 자리에 남은 상처는 어떻게 할래?" p33
"사과하실 거면 하지 마세요. 말로 하는 사과요. 용서가 가능할 때 하는 겁니다. 받을 수 없는 사과를 받으면 억장에 꽂힙니다. 더군다나 상대가 사과받을 생각이 전혀 없는데 일방적으로 하는 사과, 그거 저 숨을 구멍 슬쩍 파놓고 장난치는 거예요. 나는 사과했어. 그 여자가 안 받았지. 너무 비열하지 않나요?" p210
"잘 지내고 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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