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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박중령을 지켜라

category 추천도서 2019. 8. 19. 07:00
박중령을 지켜라 / 김현욱 동화집


저자의 말처럼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내 어린시절에는 길을 가다 무거운 짐을 들고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면 들어주고, 길을 찾는 사람을 만나면 친절하게 가르쳐주라고 학교 선생님에게 배우고 부모님에게도 들으면서 자랐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낯선 사람이 말을 걸거나 도움을 청하면 제일 먼저 아이들 입에서 나오는 말이 "안 돼요."이다. 학교에서 집에서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그만큼 사람을 믿을 수 없는 슬픈 세상에서 살고 있다. 내 아이가 낯선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줬다거나, 할머니의 무거운 짐을 들어줬다고 엄마의 칭찬을 바라며, 자랑스럽게 말을 할 때 칭찬보다는 우선 마음이 철렁하고 내려앉는다. 혹시나 나쁜 사람이었으면 어쩔뻔했나. 하는 생각에 진심에서 우러나온 칭찬보다는 다음에는 그렇게 하지 말라는 다짐을 받는 내가 참 밉고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순수한 아이들이 일부 나쁜 어른들로 인해 배려와 나눔을 배우기 전에 이기심을 먼저 배울까봐 걱정이다. 이런 걱정 속에서 10편의 동화를 읽으면서 걱정이 무색할만큼 아이들의 건강한 정신과 어른들보다 더 세상을 믿는 마음, 남을 위하는 예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희망의 빛이 보이고, 미소가 지어진다.

김현욱의 동화집 <박중령을 지켜라>는 10편의 동화로 구성되어 있다. 표제작인 <박중령을 지켜라>는 공부 밖에 모르는 엄마를 대신해 내 편이 되어주고, 내 얘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경비원 할아버지, 젊었을 때 박 중령이라고 불렀다는 할아버지 말에 나와 영호는 박 중령 할아버지라 부르며 친하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관리비를 줄이려는 주민들로 인해 박 중령 할아버지는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되고, 나와 영호는 할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작전을 짜게 된다.

실직 위기에 놓인 박 중령 할아버지를 위한 나와 경호의 마음이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어른들의 마음과 대조되면서 절로 고개가 숙어지게 된다. 

우연찮게 뉴스를 보다가 찜통 더위 속에서도 선풍기 한대로 이 무더위를 버티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들이 여전히 많다는 기사를 봤다. 주민들이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는 것과 에어컨을 설치하면 시원해서 그곳에만 있고 일을 안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 어이없고 무서운 사람들이다. 정말 자기만 아는 이기적이고 못된 사람들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부모을 둔 자식들이 뭘 보고 배우겠는가.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또 다른 이야기 <영애>는 담임 선생님의 부탁으로 병적 도벽이 있는 영애를 보살피는 임무를 맡게 된 나. 나의 노력 덕분인지 아무 사고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방심한 사이 여선생님의 지갑과 가방이 모두 사라진다. 어김없이 선생님들은 영애를 의심하고 다그친다. 영애 엄마마저도. 영애가 학교에 나오지 않자 나는 영애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진짜 도둑이 잡히고 영애를 의심한 나는 후회한다.

어른들이 심어놓은 잣대가 얼마나 무서운가. 영애가 왜 도벽이 생겼는지, 영애가 정말 원하고,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영애를 처음부터 도둑으로 낙인 찍었던 어른들은 영애의 끝내 진심을 알지 못한다.

<양동이꽃>은 단수로 고생하는 같은 반 친구 철민을 도와주는 형수, 또한 같은 처지인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를 위해 양동이로 물을 길어다 주는 형수와 철민이처럼 나보다는 남을 위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10편의 동화에 고스란히 녹아내려 읽는 내내 잔잔한 감동과 행복감이 밀려온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맞춰 살아가기 위해서 점점 자기중심적으로 사느라 주위를 둘러보고, 타인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는 타인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 얼마전에 실종되었던 중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에 모두 마음 졸이며 꼭 찾기를 기원하는 마음, 기적적으로 찾았을 때 모두들 자기일인양 기뻐하는 그 마음은 우리 마음 속에 남을 위하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깊은 곳에 숨어있던 이타심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더 용기를 내어 행동으로 옮기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상상으로 한번 그려보면서 행복에 젖어들어본다. 순수한 우리 아이들이 가족, 친구, 이웃을 위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고 영원히 아이와 함께 커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