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우유와 소보로빵 / 카롤린 필립스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은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이자 유색 인종이라는 이유로 폭력과 따돌림을 당하는 열살 소년 샘의 이야기이다. 독일의 통일을 기념하기 위해 새로 지정한 국경일, 온통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는 국경일 저녁에 느닷없이 샘의 집으로 돌멩이와 화염병이 날아든다. 그 일로 샘은 얼굴에 상처를 입고 손에 화상을 입는다. 그것보다 더 샘을 힘들게 한 것은 자신의 피부색과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느낀다.
샘은 살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욕실의 거울 앞으로 가서 섰다. 그러고는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낮고 뭉툭한 코, 새까만 눈동자, 곱슬곱슬하고검은 머리카락...
'아참, 엄마 침대 머리맡의 작의 수납장 위에 잡지가 한 권 있었지.'
금방 곳 머리에 피부가 흰 남자아이가 밝게 웃고 있는 사진이 표지에 나와 있는 잡지였다 샘은 잡지를 들고 욕실로 들어가 다시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한참 동안 자기 얼굴과 잡지에 나온 아이의 얼굴을 비교해 본 다음, 엄마의 화장대를 뒤져서 크림을 찾아냈다. 샘은 얼굴이 허옇게 되도록 크림을 듬뿍 펴 발랐다.
"그럼 나는요? 내 고향은 어디예요? 대체 난 어디에 속하냐고요!"
"너야 여기가 고향이고, 또 여기에 속하지. 여기서 태어났으니까."
샘은 다친 손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여기에 속한다고? 나도 늘 그렇게 생각해 왔어. 여기 말고 달리 어디 속할 데가 있겠어? 그런데...어제 저녁부터 그런 확신에 의혹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신의 갈색 피부를 지우기 위해 엄마의 크림도 발라보고, 엄마의 수영 모자를 찾아내 고불거리는 검은머리도 가려보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스스로 독일인이라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그것마저 확신이 서지 않는 샘은 모든 게 허무하고 외로움을 느낀다.
한편, 샘의 집에 돌멩이와 화염병이 날아들던 저녁, 건너편에 사는 같은 반 친구 보리스는 그것을 지켜보면서 적잖이 고소해한다. 샘이 전학오고 난 후로 번번히 일등 자리를 빼앗긴 탓에 약이 올라있다.
"너희들도 그걸 봤어야 하는데! 처음에 그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행진해 왔어. 그 다음에 화염병이랑 물감을 던졌고, 벽에 던진 물감이 아래로 주르르 흘러내리는데, 정말 피 같더라니까!"
보리스가 으스스 떨린다는 듯 몸을 흔들어 댔다.
하지만, 샘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동안 보리스에게 큰 변화가 생긴다. 샘이 없는 동안 보리스는 다시 일등을 하지만, 그것이 조금도 가치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보리스는 조금씩 샘의 존재에 대해서, 자신의 문제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결국 보리스는 샘을 찾아가 화해의 악수를 청한다.
"그냥 화가 나서 돌을 던진 거야. 기록이 너무 나빴거든."
"괜찮다니까."
샘은 보리스와 말을 하기 싫었다.
"오십 미터에 8.3초야. 기록이 이렇게 나쁘긴 처음이야. 네가 같이 뛰었더라면 나도 더 빨리 뛰었을 텐데...."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은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쉽게 읽혀지고 부담스럽지 않다. 아프리카에서 독일로 이주해 온 가족의 애환과, 갈색피부 때문에 '커피우유'라는 별명을 가진 '샘'과 얼굴에 난 주근깨 때문에 '소보로빵'이란 별명을 가진 보리스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겪으면서 서로의 존재를 알아가고 가치를 인정하면서 갈등과 미움을 넘어 화해에 이르게 된다. 샘과 보리스가 나란히 앉아 각자 한 손으로 피아노를 치는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고, 미소가 지어진다.
우리나라도 외국인 이주자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아이와 혼혈아가 많아지고 있다. 그들 중에는 샘과 같은 일을 당하면서 살고 있다. 친구들에게 따돌림과 푸대접을 받으면서 외롭게 하루를 버티고 있는 아이가 있다. 내 아이가 그런 일을 당한다면 어떨까.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자책으로 견디기 힘들 것이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건, 언어가 다르다는 건 차이일 뿐이다. 그것이 차별이 되어선 안된다. 우리 어른들부터 시민의식을 갖고 그들을 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대접해 준다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이 책에서 핑케팡 선생님이 샘과 같은 외국인 노동자 집만을 가려 돌과 화염병을 던진 사건에 대해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다. 그 사건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문제를 이끌어내고 아이들 스스로 그 답을 찾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선생님의 현명한 가르침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 어른들이 해야할 일이 아닐까. 싶다.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은 우리 주변에서 나도 의식하지 않은 무의식 속에서 나와 다르다고, 우리와 다르다고 혹시나 비난하고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밖으로 들어내지 않았을 뿐 속으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진 않았는지. 생각해보고 반성해본다.
'차이' 를 인정하면 '차별' 없는 세상이 보입니다!
연일 계속되는 찜통 더위에 자꾸만 몸이 축축 처진다. 더워서 외출도 힘들고, 집에만 있으니 기운이 더 없다.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으로 나들이(?)를 갔다. 역시 더우니깐 사람들이 많다. 자리를 잡고 아이들은 만화책을 보고, 나는 지난번에 봐 두었던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을 빌려와 읽었다. 요즘 청소년 추천도서 찾아보는 재미에 빠져있다. 이 책도 그 중에 하나로 봐 둔 책이다. 청소년 도서를 읽으면서 아이들의 생각과 고민 등을 알 수 있고 아이들에게 갖고 있던 편견이나, 나를 비롯한 어른들의 잘못된 말이나 행동들이 보인다. 그러면서 좀 더 어른답게, 좀 더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은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이자 유색 인종이라는 이유로 폭력과 따돌림을 당하는 열살 소년 샘의 이야기이다. 독일의 통일을 기념하기 위해 새로 지정한 국경일, 온통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는 국경일 저녁에 느닷없이 샘의 집으로 돌멩이와 화염병이 날아든다. 그 일로 샘은 얼굴에 상처를 입고 손에 화상을 입는다. 그것보다 더 샘을 힘들게 한 것은 자신의 피부색과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느낀다.
샘은 살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욕실의 거울 앞으로 가서 섰다. 그러고는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낮고 뭉툭한 코, 새까만 눈동자, 곱슬곱슬하고검은 머리카락...
'아참, 엄마 침대 머리맡의 작의 수납장 위에 잡지가 한 권 있었지.'
금방 곳 머리에 피부가 흰 남자아이가 밝게 웃고 있는 사진이 표지에 나와 있는 잡지였다 샘은 잡지를 들고 욕실로 들어가 다시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한참 동안 자기 얼굴과 잡지에 나온 아이의 얼굴을 비교해 본 다음, 엄마의 화장대를 뒤져서 크림을 찾아냈다. 샘은 얼굴이 허옇게 되도록 크림을 듬뿍 펴 발랐다.
"그럼 나는요? 내 고향은 어디예요? 대체 난 어디에 속하냐고요!"
"너야 여기가 고향이고, 또 여기에 속하지. 여기서 태어났으니까."
샘은 다친 손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여기에 속한다고? 나도 늘 그렇게 생각해 왔어. 여기 말고 달리 어디 속할 데가 있겠어? 그런데...어제 저녁부터 그런 확신에 의혹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신의 갈색 피부를 지우기 위해 엄마의 크림도 발라보고, 엄마의 수영 모자를 찾아내 고불거리는 검은머리도 가려보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스스로 독일인이라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그것마저 확신이 서지 않는 샘은 모든 게 허무하고 외로움을 느낀다.
한편, 샘의 집에 돌멩이와 화염병이 날아들던 저녁, 건너편에 사는 같은 반 친구 보리스는 그것을 지켜보면서 적잖이 고소해한다. 샘이 전학오고 난 후로 번번히 일등 자리를 빼앗긴 탓에 약이 올라있다.
"너희들도 그걸 봤어야 하는데! 처음에 그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행진해 왔어. 그 다음에 화염병이랑 물감을 던졌고, 벽에 던진 물감이 아래로 주르르 흘러내리는데, 정말 피 같더라니까!"
보리스가 으스스 떨린다는 듯 몸을 흔들어 댔다.
하지만, 샘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동안 보리스에게 큰 변화가 생긴다. 샘이 없는 동안 보리스는 다시 일등을 하지만, 그것이 조금도 가치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보리스는 조금씩 샘의 존재에 대해서, 자신의 문제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결국 보리스는 샘을 찾아가 화해의 악수를 청한다.
"그냥 화가 나서 돌을 던진 거야. 기록이 너무 나빴거든."
"괜찮다니까."
샘은 보리스와 말을 하기 싫었다.
"오십 미터에 8.3초야. 기록이 이렇게 나쁘긴 처음이야. 네가 같이 뛰었더라면 나도 더 빨리 뛰었을 텐데...."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은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쉽게 읽혀지고 부담스럽지 않다. 아프리카에서 독일로 이주해 온 가족의 애환과, 갈색피부 때문에 '커피우유'라는 별명을 가진 '샘'과 얼굴에 난 주근깨 때문에 '소보로빵'이란 별명을 가진 보리스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겪으면서 서로의 존재를 알아가고 가치를 인정하면서 갈등과 미움을 넘어 화해에 이르게 된다. 샘과 보리스가 나란히 앉아 각자 한 손으로 피아노를 치는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고, 미소가 지어진다.
우리나라도 외국인 이주자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아이와 혼혈아가 많아지고 있다. 그들 중에는 샘과 같은 일을 당하면서 살고 있다. 친구들에게 따돌림과 푸대접을 받으면서 외롭게 하루를 버티고 있는 아이가 있다. 내 아이가 그런 일을 당한다면 어떨까.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자책으로 견디기 힘들 것이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건, 언어가 다르다는 건 차이일 뿐이다. 그것이 차별이 되어선 안된다. 우리 어른들부터 시민의식을 갖고 그들을 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대접해 준다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이 책에서 핑케팡 선생님이 샘과 같은 외국인 노동자 집만을 가려 돌과 화염병을 던진 사건에 대해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다. 그 사건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문제를 이끌어내고 아이들 스스로 그 답을 찾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선생님의 현명한 가르침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 어른들이 해야할 일이 아닐까. 싶다.
"그냥 가만히 서서 구경만 한 사람들도 돌을 던지는 것에 반쯤은 찬성한 거야. 머릿속으로는 같이 돌을 던진 거나 마찬가지란다. 다만 나서서 던질 용기가 없었을 뿐이지. 돌을 던진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옆에 서서 말없이 구경해 주었기 때문에 그러한 만용을 부릴 수 있었던 거야. 그 사람들이 모두 자기 편이라는 걸 알았던 거지."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은 우리 주변에서 나도 의식하지 않은 무의식 속에서 나와 다르다고, 우리와 다르다고 혹시나 비난하고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밖으로 들어내지 않았을 뿐 속으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진 않았는지. 생각해보고 반성해본다.
'차이' 를 인정하면 '차별' 없는 세상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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