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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피프티 피플

category 추천도서 2021. 3. 25. 06:27

피프티 피플 / 제세랑 장편소설


연이어 정세랑 작가의 책을 읽고 있다.
한번 읽으니 자꾸만 정세랑 작가의 책을 찾아 읽게 된다.
중독된 것 같다.

이번에 읽은 책은 <피프티 피플> 이다.

50명의 사람? 목차를 보면 이름만 나온다. 50명의 이름이 주르륵 나오는 것을 보고 이 많은 이름을 어떻게 지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이 많은 이름 중에 나와 관계된 이름은 없다는 것이다.(웃음)

이름 기억하는 것에는 자신 없는 내가 잘 기억하며 읽을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읽기 시작했다.

<피프티 피플>은 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해서 그런지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그들의 사연과 그들과 연결된 환자들의 사연, 환자 가족들 사연, 가족 친구들 사연까지 50여명의 사연이 치밀하고 짜임새 있게 펼쳐진다.

A와 B가 연결되어 있고 B와 C관련되어 있으니, 누구와 누가 어떤 관계였지? 읽었던 부분을 다시 되짚으면서 이 사람과 이 사람이 연결되는구나. 아하 이렇게 된 사이구나.하면서 찾아가며 읽었다.

역시 이름 외우고 기억하는 건 너무 어렵다. 메모를 하면서 읽을걸 그랬나.

아무튼 <피프티 피플>의 50여명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우리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담고 있다.

개인적 문제와 사회적 문제를 두루 다루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이야기,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오는 층간소음 문제, 씽크홀 추락사고, 적재량을 넘은 대형 화물차 사고, 낙태와 피임에 관한 이야기까지 좁게는 개인사이지만 넓게는 사회문제로 우리가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일들이다.

문득 지금 침대 헤드에 기대어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이 시간에 어떤이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어떤이는 이사를 가고 어떤이는 출산의 고통을 겪고 어떤이는 생을 마감하고 어떤이는 취업 준비를 하고 어떤이는 시험에 합격하고 어떤이는 자신의 가게를 오픈하고 어떤이는 폐업을 하고 어떤이는 결혼하고 어떤이는 이혼을 하고......

같은 하늘, 같은 시간대에 수많은 사람들이 각각 다른 일들을 겪으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오늘 내게 일어난 일이 내일은 다른 이에게 일어날 수 있고, 지금 이 시간에 다른 이에게 일어난 일이 내일 그 시간에 내게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타인의 일이 내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이 <피프티 피플>의 주인공들이 결국 우리인 것 같다.

그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 사건 사고들이 그들만의 것이 아닌 우리들 문제로 함께 아파하고 보듬으면서 해결해가야 할 일들이다.

가장 경멸하는 것도 사람,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
그 괴리 안에서 평생 살아갈 것이다.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낮고 넓은 테이블에, 조각 수가 많은 퍼즐을 쏟아 두고 오래오래 맞추고 싶습니다. 가을도 겨울도 그러기에 좋은 계절인 것 같아요. 그렇게 맞추다보면 거의 백색에 가까운 하늘색 조각들만 끝에 남을 때가 잦습니다 사람의 얼굴이 들어 있거나, 물체의 명확한 윤곽선이 보이거나, 강렬한 색이 있는 조각은 제자리를 찾기 쉬운데 희미한 하늘색 조각들은 어렵습니다. 그런 조각들을 쥐었을 때 문득 주인공이 없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모두가 주인공이라 주인공이 50명쭘 되는 소설, 한사람 한사람의 미색밖에 띠지 않는다 해도 나란히 나란히 자리를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를요.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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