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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멀리서 반짝이는 동안에

category 추천도서 2018. 6. 20. 01:00
안시내의 멀리서 반짝이는 동안에
날 _ 안아 _ 주었던 _ 바람의 _ 기억들

여행은 연애 같은 것…
진득하게 사랑에 빠져 있다가 결국 이별을 겪게 되고,
여운이 가시고 다시 삶으로 돌아갈 때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우리가 새로운 여행지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여행이 진짜 사랑 같아서, 여행을 떠나면 그곳을 충실하게 사랑하다가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구석구석 모든 곳과 사람들을 카메라에 그리고 온 마음에 담아온다는 안시내의 여행기 에세이~

사실 20대의 그네들이 갖고있는 고민과 여행!
나는 40대, 지금 나로서는 공감하기에 거리감이 있지만 나도 20대를 지낸지라 '그때 나도 그랬지, 난 그때 어땠나?, 난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참 용감한 20대구나!'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도 혼자만의 여행을 한번 해 보고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워낙 겁이 많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하지만 지금은 나 혼자 떠나기엔 걱정되는 이들이 많으니...(주부들은 아시죠?)

모든 걸 내려놓고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
오롯이 나만을 위한 여행!
나 자신을 되찾고 싶다라는지, 한 걸음 더 성장한 내가 되고 싶다든지, 그런 거창한 이유가 있는 여행이 아닌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이쁜 풍경이 있으면 우와~하고 감탄하고, 맛 있는 거 있으면 맛있게 정신없이 먹고, 좋은 여행자 만나면 서로 관심사로 수다떨고, 노을이 이쁜 저녁이면 추억의 사진 한장 남기고...
아~~정말 떠나고 싶은 날이네요!!

내가 있는 이 자리가 아닌 낯선 곳으로 간단한낭 하나 메고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는 것~ 여행!!!
떠나고 싶다~~
당장 떠날 수 없으니 이 책으로나마 떠난 자의 그 기분과 그 곳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시작으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조지아, 아르메니아, 프랑스 파리, 체코를 거쳐 우크라이나, 일본, 폴란드를 여행하고 다시 인도로 그리고 서울 휘경동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는 기나긴 여행을 하면서 순간순간에 보고 느끼고 그 속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다.

두 달간의 아프리카 여행에서 한달째 되는 날 가방을 잃어버려 한달을 갈아 입을 옷도 세안도구도 없이 지내야했지만 아무 무리 없이 내 인생의 최고의 순간을 보냈다는~모든 것이 가벼웠고 무엇을 잃어버릴 걱정도 없었다는...뭔지 알 거 같다.

우리는 아니 나부터 어딜 가려면 짐이 한 가득이다.
바리바리 뭘 그리 갖고 갈게 많은지...
짐 싸고, 갔다와서 짐 정리하는 것이 무서워 여행가기가 때론 주저될 때도 있다.
'여행의 짐은 그 사람이 지고 있는 삶의 짐이라고 한다.'
내가 지고 있는 삶의 짐이 이리도 무거웠던지...ㅠㅠ
이제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여행이란~ 내가 늘 있던 곳이 아닌 다른 곳을 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아무것도 안해도
"좋다. 이 무료함이!
언제나 무언가에 쫓기듯 불안했었는데 말이야."

여행하면서 만난 일흔 다섯살의 일본에서 왔다는 아저씨~ 여행을 다닌지 수년째인 그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이제 내 삶의 할 몫을 다했으니 늙어 죽을 때까지 여행할 거라고. 이 배낭이 무거워서 못 움직일 때까지 여행할 거라고. 나의 청춘은 이제야 시작이라는."
나와 신랑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애들 다 키워놓고, 둘이서 세계일주는 못 하더라도 전국일주는 해 보자고~ 가다가 좋은 곳 있으면 거기서 하룻밤 묵고, 맛집 찾아 맛난 것도 먹고, 쉬엄쉬엄 두루두루 둘러보자고...생각만 해도 절로 미소 지어지는 나와 신랑과의 노후(?)약속이자 다짐이다.ㅎㅎ

안시내의 「멀리서 반짝이는 동안에」는 여행지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과의 소통, 그 속에서 진심어린 격려와 우정, 사랑이 느껴지면서 여행만이 가지는 매력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중간중간 글의 내용에 어울리는 사진이 있어 그 나라의 정취와 눈을 감고 그 사진 속에 내가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작가가 느끼는 감정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삶이 지루하고 지칠 때, 왠지 모를 공허감과 무력감이 올 때 이 책을 보면 내가 있는 공간이 아니라 다른 세상을 보면서 낯설움과 설레임이 피어오르면서 생기를 얻을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나는 있는 그대로 세상을 느끼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노를 저어가기 위한 연습을 하는 중이다. 다시 만난 여행은 여전히 살가웠고, 차가웠고, 또 사랑스러웠다."

"내가 원하지 않은 것을 해도 실패할 가능성이 많은
이 험한 세상에서
이왕 실패할 거라면 그래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실패할 거라고.
나는 그게 두렵지 않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