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작별
작별 / 한강 2018년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작품집 수상작 한강의 난처한 일이 그녀에게 생겼다. 벤치에 앉아 깜박 잠들었다가 깨어났는데, 그녀의 몸이 눈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대학을 갓 졸업한 스물세 살에 결혼해 이듬해 아이를 낳았고, 올해 중학교를 졸업하는 그 아들을 십 년째 혼자 키우며, 얼마 전 다니던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했으며, 7살 연하의 가난한 남자와 연애를 하고 있다. 징조 같은 것은 없었다. 특별한 날도, 특별한 장소도 아닌 그녀가 매일 산책하는 천변 길을 천천히 걸어 약속 장소 근처로 왔고, 약속 시간이 이십 분 가까이 남아 물가 벤치에 앉아 있었을 뿐, 그런데 이상하게 졸음이 쏟아졌다. '겨울날 야외에서 잠이 오다니', 그녀는 그대로 깜박 잠이 들었고, 깨어나보니 눈사람이 되어..